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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 싫어하는 아이

욕실 문 앞에서부터 시작되는 울음저녁마다 목욕 시간이 다가오면 아이가 먼저 눈치를 챘다. 욕실 쪽으로 데려가려고만 해도 몸을 뒤로 젖히며 울기 시작했다. 겨우 욕조에 앉혀도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어서, 머리 감기는 건 거의 전쟁 수준이었다. 매일 저녁 온몸이 땀에 젖도록 씨름하고 나면, 정작 씻긴 나 자신이 더 씻어야 할 지경이었다.물이 무서운 게 아니었다처음엔 물 자체를 무서워하는 줄 알고 목욕 장난감을 잔뜩 사줬다. 그런데 반응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자세히 관찰해보니 물이 아니라 머리에 물이 닿는 순간, 특히 눈에 물이 들어갈까 봐 그 순간을 극도로 무서워하는 거였다. 몸 씻는 건 오히려 잘 참는 편이었다. 예전에 샴푸 거품이 눈에 들어가서 크게 울었던 기억이 있는데, 그 이후로 계속 그 순간만 ..

육아 일기 2026.09.02

초등 고학년 게임시간 다툼

"5분만 더"가 매일 30분이 되던 시절컴퓨터 게임 시간을 하루 한 시간으로 정해놨는데, 매번 끝날 때마다 "5분만 더, 이 판만 끝내고"를 반복했다. 그 5분이 쌓여서 실제로는 한 시간 반, 두 시간까지 늘어나는 날이 흔했다. 끄라고 하면 짜증을 내고, 억지로 끄면 그날 저녁 내내 분위기가 안 좋았다. 매일 저녁 같은 실랑이가 반복되니, 게임 시간이 다가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워질 정도였다.시간만 정해두는 걸로는 부족했다처음엔 그냥 "한 시간이야, 끝나면 꺼"라고 말로만 정해뒀다. 그런데 게임 특성상 한 판이 끝나는 시점이 딱 맞아떨어지지 않으니, "지금 끄면 이 판 진 걸로 처리된다"는 이유로 매번 실랑이가 벌어졌다. 아이 입장에서도 억울할 만했다. 애매한 순간에 강제로 끊기는 게 반복되니, 게임 자..

육아 일기 2026.09.02

초등학생 용돈 관리

용돈을 정해주기로 했다우리 딸은 물욕이 별로 없다. 어렸을 때 마트나 장난감 가게엘 가도 무언가를 사달라고 뗴를 쓰거나 울며 매달린 적이 단 한번도 없다. 그래서 그런지 브랜드 세일을 하거나, 예쁜 옷 신발등을 발견하면 내가 그냥 사이즈 맞춰서 사주었다. 그러면 또 취향이 까다롭지도 않은 편이라 주는대로 잘 입었다. 그러다 문득 "이러다 돈 개념 자체를 못 배우겠다" 싶어서 정기 용돈으로 바꾸기로 했다. 지갑에서 돈을 꺼내 물건을 사주면서도, 정작 이 돈이 어디서 나오고 얼마나 소중한지는 전혀 가르쳐주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얼마를 줘야 할지부터 막막했다가장 먼저 부딪힌 문제는 금액이었다. 또래 친구들은 얼마씩 받는지 슬쩍 물어봤는데, 집집마다 차이가 커서 기준을 잡기가 어려웠다. 결국 나이에 맞..

육아 일기 2026.09.01

초등고학년 친구 관계 고민

"걔네가 나만 빼고 놀아" 학교 다녀와서 던진 한마디학교에서 돌아온 아이가 가방을 던지듯 내려놓으며 시무룩하게 말했다. "오늘 애들이 나만 빼고 자기들끼리 놀았어." 자세히 물어보니 평소 친하게 지내던 무리에서 며칠째 은근히 소외되고 있는 눈치였다. 초등 저학년 때는 없던 종류의 고민이라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순간 막막했다. 예전 같으면 장난감 하나 때문에 다투다가 금방 화해하는 정도였는데, 이번엔 결이 완전히 달랐다. 소속되어 있다라고 느끼는 무리나 집단에서의 '소외감'은 성인이 된 나도 힘든 감정임을 잘 알고, 그들의 방식대로 풀어나가야 함을 살아오면서 느껴봤기 때문에 매우 난감한 기분이 들었다. 풀어내기에 쉽지 않은 부분임을 또 잘 알고 있었다.바로 나서고 싶은 마음을 참았다솔직히 처음 든 생각은..

육아 일기 2026.09.01

밥 안먹는 아이

세 숟갈 먹고 숟가락 내려놓는 아이밥때마다 몇 숟갈 뜨는 둥 마는 둥 하다가 "배불러"라며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반찬을 바꿔봐도, 좋아하는 캐릭터 그릇에 담아봐도 그때뿐이었다. 밥 한 끼 먹이는 게 매번 협상하듯 힘들었다.이것저것 다 해봤다메뉴를 다양하게 바꿔봤다. 좋아하는 반찬만 골라 차려도 보고, 새로운 레시피도 시도해봤다. 밥그릇을 캐릭터 그릇으로 바꿔도 보고, 숟가락도 재밌게 생긴 걸로 사줘봤다. 식사 시간을 놀이처럼 만들어보기도 했다. "이 숟갈은 비행기야, 입으로 들어간다"처럼 놀이를 곁들여도 그날만 반짝 효과가 있었다.밥 먹는 장소를 바꿔보기도 했다. 거실 매트에서 소풍 느낌으로 먹여도 보고, 텐트를 쳐놓고 그 안에서 먹여도 봤다. 다 그때그때는 반응이 좋았지만, 며칠 지나면 다시 원래대로 ..

육아 일기 2026.09.01

밥먹다 말고 돌아다니는 아이

한 숟갈 먹고 도망가는 아이밥그릇 앞에 앉힌 지 1분도 안 돼서 "다 먹었어!"를 외치며 벌떡 일어난다. 뒤쫓아가서 한 숟갈 더 먹이고, 또 도망가면 또 쫓아가고. 저녁 한 끼 먹이는 데 30분씩 온 집 안을 뛰어다니는 게 일상이었다. 숟가락 들고 뛰어다니는 모습을 옆에서 보던 엄마가 "너 어릴 때도 똑같았다"며 웃으실 정도였다."먹으면서 놀아도 돼"의 함정한동안은 돌아다녀도 그냥 따라다니며 먹였다. 놀면서라도 먹는 게 안 먹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아이는 아예 식탁에 앉을 필요성 자체를 못 느끼는 것 같았다. 돌아다니면서 먹여주는 게 당연한 방식으로 굳어버린 거다. 숟가락을 들고 거실이며 방이며 쫓아다니느라, 정작 나는 밥 한 끼를 제대로 앉아서 먹어본 적이 언제인지 기억도 안..

육아 일기 2026.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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