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일기

유치원 가기 싫어하는 아이 대처법

발라판 2020. 11. 28.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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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가기 싫다던 아이, 생일이라 쉬게 해준 날 이야기

우리 밍밍이는 집 앞에 있는 병설유치원에 다닌다. 4세부터 5세까지는 우연한 기회로 해외에 체류하게 되어, 그곳 국제유치원(international kindergarten)에 1년 정도 다녔었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내심 아이가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국내 교육기관을 못 믿는다기보다, 그곳에서의 기억이 나와 와이프 모두에게 너무 만족스러웠기 때문이었다.

코로나 때문에 학기 시작부터 다닐 수는 없었다. 병설유치원에는 등록만 해놓고 온라인 출석으로 출석일수를 채우고 있었는데, 지역발 확산이 다소 잠잠해질 때쯤 갑자기 밍밍이가 "엄마 나는 유치원 안 가?", "한국 유치원 궁금해"라고 물었다. 혹시나 강요하는 것처럼 느껴질까 봐 그동안은 차 타고 지나가면서 "저기가 밍밍이 유치원이야", "저기 애들이 밍밍이 친구야" 정도만 말해주던 우리는 조심스럽게 "밍밍이도 가볼래?"라고 물어봤다. "오케이~!"라고 신나게 외치던 아이를 평소보다 일찍 재웠던 그날 밤이 아직도 기억난다.

자연스럽게 적응했던 유치원 생활

엄마들 얘기로는 병설유치원은 하는 게 별로 없고, 사립에 비해 일찍 끝나고, 사진도 잘 안 찍어준다고들 한다. 하지만 몇 달간 아이를 옆에 끼고 있던 우리에게는 몇 시간이라도 유치원 생활이 시작된 것 자체가 고맙고 감사한 일이었다.

밍밍이는 그렇게 자연스럽게 적응했고, 다녀오면 어떤 친구를 사귀었는지, 그 친구 이름이 뭔지 몇 분 동안이나 재잘재잘 이야기해주곤 했다.

갑자기 가기 싫다고 한 날

그런데 며칠 전, 갑자기 유치원에 가기 싫다고 말했다. 이유는 밥 먹는 게 힘들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일단 아이의 말에 최대한 크게 반응하지 않으려고 서로 눈빛만 주고받았다. 마침 다음 날이 아이 생일이기도 해서, 안 가도 좋다고 말해줬다.

아침에 일어난 밍밍이는 당연하다는 듯 오늘 유치원 안 가도 되냐고 물었고, 우리는 약속한 듯이 대답했다. "좋아, 오늘은 밍밍이 생일이니까 안 가도 돼." 그 이유 말고는 아무 조건도, 어떤 이유도 묻지 않고 그냥 안 가도 된다고 말해줬다. 오히려 밍밍이가 예상한 반응이 아니었는지 당황하는 눈치였다.

다음 날, 아이에게 해준 네 가지 말

다음 날 또 유치원에 가기 싫다며 눈물을 글썽이는 아이에게 이렇게 말해줬다.

  1. 어제 유치원에 안 갔던 건 네 생일이라서 엄마 아빠가 너랑 같이 있고 싶어서였다.
  2. 유치원에 가기 싫은 이유가 밥 때문이면 해결해주겠다.
  3. 밥이 싫어서 안 가는 거면 아예 안 먹고 와도 되고, 다녀오면 맛있는 밥을 챙겨주겠다.
  4. 아침 일찍 일어나서 많이 먹고 가라.

밍밍이는 이런저런 이유로 여전히 가지 않겠다고 했다. 그래도 우리는 아이가 어려서부터 스스로 선택하도록 유도해왔던 방식대로, "이렇게 해줘도 못 가겠다면 안 가도 좋다, 단 네가 한 선택에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계속 말해줬다. 그냥 가기 싫다고 안 가면,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친구들에게 기회가 갈 거고 밍밍이 자리는 다른 친구가 쓰게 될 거라고도 얘기해줬다.

무조건 "가라"가 아니라 "생각해볼 시간을 줄게, 늦게라도 말해줘"라고 선택권을 넘기자, 반나절 만에 스스로 다시 데려다 달라고 말했다.

지금은 어떤가

요즘도 금요일 오후쯤 되면 "나 유치원 언제 가?"라고 묻긴 한다. 하지만 그날 우리가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고 스스로 선택하게 해줬던 경험이 아이에게 남아있는지, 아직까지는 막무가내로 떼쓰는 상황까지는 가지 않고 있다고 믿는다.

우리도 부모가 처음이라 아이가 스스로 선택하게 하는 이 방식이 나중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정확히 모른다. 다만 '안전한 행동'과 '예의 바른 말투'라는 두 가지 기준 안에서는, 앞으로도 최대한 아이가 스스로 선택하도록 응원해줄 생각이다.

아이는 아무 잘못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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