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못하는 부모가 아이에게 자연스럽게 영어를 접하게 한 방법
나도 와이프도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국내 교과 과정 안에서 영어를 접한 게 전부이고, 해외에서 영어 공부를 해본 적은 전무하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영어를 잘하면 그게 얼마나 편한지 몸소 느꼈고, 이제는 "잘하면 좋겠다"는 조건이 아니라 "남들 다 하는 걸 나만 못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매일 하고 있었다.
새로 입사하는 후배들은 외국에서 살다 왔거나, 유학을 다녀왔거나, 고등학교 과정까지 영어권 나라에서 마치고 왔거나, 이것도 아니면 순수 국내파여도 토익·토스 만점이나 거의 만점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더 놀라운 건 두 번째 외국어로 중국어, 일본어, 스페인어 등이 기본으로 '장착'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아이가 태어나고 우리말로 옹알이를 할 때쯤, 여느 한국인 부모들처럼 자연스럽게 영어 교육 관련 기사와 책, 블로그 글들을 한참 찾아봤다. 대부분 조기유학, 영어유치원, 파닉스 같은 내용이 공통적으로 언급돼 있었다. 머리로는 이해가 됐지만 바로 실행할 수 있는 내용치고는 뭔가 부족하고 거창해 보여서 그냥 기억만 해뒀었다.
버스 안에서 만난 글 하나
퇴근 후 집에 오는 버스 안이었다. 그날도 어떤 글쓴이의 영어 교육법 글을 읽고 있었는데, 이전과는 다른 뭔가가 있었다. 꽤 긴 글이었는데 아직도 기억나는 문구는 "지금 당장 외국으로 가서 외국인 선생님이랑 지내고, 외국인 아이들과 놀 수 있게 해라. 그게 안 되면 놀면서 흥얼거리게 해라"였다.
외국어만 써야 하는 환경에 아이를 던져놓을 수 없다면(한국에 사는 대부분이 그럴 것이다), 아이 일상생활에 영어를 자연스럽게 녹여주라는 얘기였다. 그러면서 글쓴이가 추천한 건 바로 'Super Simple Songs'였다. 유튜브에서 이걸 들려주라는 것이었다. 우리는 집에서 스마트폰·TV 노출을 철저히 제한해오던 터라 처음엔 별로 믿지 않았다. 미국 만화 제목인 줄만 알았다.
비디오 없이 소리만 들려준 일주일
다음 날 아침, 블루투스 오디오에 스마트폰을 연결해서 Super Simple Songs를 들려만 줬다. 비디오는 보여주지 않았다. 밥 먹을 때는 잠시 껐다가, 장난감 가지고 놀 때나 보행기 탈 때 다시 틀어주는 걸 그냥 반복했다. 이때가 밍밍이 한두 살 정도 됐을 때로 기억한다. 부모가 따로 공부하거나 준비할 것도 없었다. 그냥 아이가 놀 때 옆에서 들릴 정도로 틀어놓은 게 다였다.
비디오를 제한한 게 효과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밍밍이는 지금도 뭔가를 "보여달라"가 아니라 "틀어달라"고 말하긴 한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 지났을까, 어느 날 갑자기 밍밍이가 그 노래들을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우리도 옆에서 같이 들었으니 아이가 부르면 같이 따라 불러줬고, 그렇게 몇 달을 함께 부르고 춤추며 놀았다.
놀라운 변화들
여기까지가 외국에 나가기 전(이 당시엔 외국에 나갈 계획이 전혀 없었다) 밍밍이 일상에 녹여줬던 영어의 전부다. 그런데 효과는 예상보다 컸다. 밍밍이는 알파벳을 쓰지 못해도 말할 줄 알게 됐고, 노래 가사를 자기 스타일로 바꿔 부르기 시작했다(단어를 다른 단어로 바꾸거나, 감정 표현을 반대로 바꾸는 식으로). 가장 놀라웠던 건, 누가 알려준 적도 없는데 영어 어순에 맞춰 말을 한다는 점이었다. 물론 외국에 나가기 전 얘기다.
밍밍이는 4살쯤 외국에 가게 됐고, 한 달 정도 지나 다니던 유치원 선생님과 피드백 시간이 있었다. 선생님이 "가정에서 홈스쿨링을 정말 잘하셨네요" 같은 취지의 말을 했을 때, 우리가 뭘 했었는지 돌아보다가 문득 Super Simple Songs가 떠올랐다.
지금 드는 생각
이 나이대 아이들은 모국어 배우듯 영어를 배울 수 있다고 한다. 그것도 놀면서. Super Simple Songs는 아이가 영어를 '공부'나 '학습'으로 느끼지 않으면서 본인도 모르게 접하고 흥얼거리게 되는, 중독성 있지만 제목 그대로 아주 단순한 영어 노래라서 추천하지 않을 수 없다.
생각해보면 나도 어렸을 때 부모님이 조사나 문법을 하나하나 알려주지 않았어도 지금 한국어를 불편함 없이 구사하고 있지 않은가. 결국 중요한 건 아이를 먼저 흥얼거리게 만드는 것 아닐까 싶다.
다음에는 실제로 외국에 나갔을 때 있었던 영어 관련 이야기도 이어서 써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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