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일기

유치원 가기 싫어하는 아이 대처법 2

발라판 2021. 4. 8.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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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안 간다던 아이, 화이트보드 지도 하나로 해결했어요

지난 2월에 이사를 했다. 자연스럽게 다니던 유치원도 집과 가까운 곳으로 옮겨야 했다. 아이가 어릴 때 유치원이나 학교를 옮기면 환경 변화 때문에 좋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하지만, 사실 작년 한 해는 코로나 때문에 유치원에 안 간 날이 더 많아서 밍밍이는 별로 적응이랄 것도 없었다. 다니던 유치원에 대한 아쉬움이나 담임 선생님을 향한 애틋한 마음도 딱히 없어 보였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우리가 이사를 했고, 집과 가까운 곳으로 유치원도 옮겼어. 다음 주부터 바뀐 유치원으로 간다"고 말해줬다. 물론 이번에도 병설유치원이다. 그 얘길 들은 밍밍이가 제일 먼저 물어본 건 "그 유치원은 밥이 맛있어?"였다. 난감했다. 먹어볼 기회도 없었을뿐더러, 병설유치원은 밥이 맛없다는 게 거의 공식처럼 통하기 때문이다.

둘째 날부터 시작된 등원 거부

여차저차 대답하기 애매한 질문을 넘기고, 옮긴 유치원으로 처음 등원하는 날 나와 와이프는 긴장했다. 첫날은 밍밍이도 정신이 없었는지 잘 다녀왔다. 문제는 둘째 날이었다. 유치원에 안 가겠다는 것이었다. 지난번에 안 가겠다고 했을 때 그게 통했던 걸 기억하는 듯, "안 가", "안 간다", "왜 가야 하는데"를 반복하며 우리를 당황하게 했다.

서로 눈치만 보던 우리는 그 순간엔 딱히 방법이 없어 결국 그날은 유치원을 쉬게 했다. 무언가를 하면 뭘 주겠다는 식의 보상심리는 우리 둘 다 지양하는 방식이라 끝까지 쓰지 않았다. 어차피 뭘 준다고 해도 아이는 필요 없고 안 간다고 했을 것 같았다.

유튜브에서 우연히 본 '피드백' 이야기

그날 밤 자리에 누워서 구독해둔 채널 중 하나가 추천해준 영상을 봤다. 피드백에 관한 내용이었다. 피드백이란 행동이나 반응의 결과를 참고해서 더 적절한 방향으로 수정해가는 방법을 말한다.

강연자는 어릴 적 오락실 비행기 슈팅게임을 예로 들었다. 그 시절 동전 넣고 하던 비디오 게임은 종료 후 스테이지 클리어 여부나 점수에 따라 순위를 매겼고, 고득점자에게는 자기 이름을 새기는 특혜가 주어졌다. 정전으로 기계가 통째로 꺼지지 않는 이상, 누가 더 높은 점수를 얻지 않는 이상 그 오락실이 문 닫을 때까지 내 이름이 남아있었다는 것이다. 이게 게임을 잘하는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강력한 피드백이었고, 지금 40대쯤 된 사람들은 그 시절 그 피드백에 열광했다는 얘기였다. 가끔 기계 오류로 이 기능이 안 될 때면 그렇게 힘이 빠졌다고 한다.

번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피드백이 없는 행위는 "굳이 안 해도 되는 일"로 느껴질 수 있겠다는 것. 가도 그만, 안 가도 그만인 유치원도 아이 입장에서는 "갈 필요가 없다"고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적절한 피드백을 준다면 흥미와 동기부여를 만들어줄 수 있지 않을까?

화이트보드에 그린 어드벤처 지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느라 그 영상을 끝까지 보지도 못했다. 유치원 가는 행위에 목적을 부여하면 동기부여가 될 거라는 생각에, 당장 아이 방에 놀고 있던 화이트보드를 들고 나와 보드마커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모험 지도를 그리기 시작했다.

지도 안에는 밍밍이도 있고, 나도 있고, 와이프도 있다. "밍밍이가 엄마 아빠를 구하기 위해 위층으로 올라간다"로 시작한 이 게임 아닌 게임(나중에는 '챌린지'라고 이름 붙였다)은, "거인에게 잡혀서 창살에 갇힌 엄마 아빠를 구하기 위해 야채도 먹고 책도 읽으면서 위로 올라간다"는 이야기로 발전했다.

[ 빨간색 자석이 밍밍이다. 사실 초기에는 양옆에 무섭게 생긴 거인과 위에 있는 섬뜩한 애들은 없었는데, 밍밍이 본인이 현장감을 주기 위해서 그려넣었다..]

그날부터 밍밍이는 유치원에 가는 게 거인으로부터 우리를 구하기 위한 특별한 임무 수행이라는 목적의식을 갖게 됐고, 지금까지도 잘 다니고 있다. 유치원 다녀오면 아주 당당하게 "아빠! 나 유치원 갔다 왔고, 손발 씻고 짐 정리했으니까 두 칸 올라간다!"라고 말하며, 그렇게 먹기 싫어하던 김치와 야채도 엄마 아빠를 구하기 위해 먹기 시작했다.

지금은 어떤가

지금은 이미 엄마 아빠를 다 구했고, 20층까지 올라간 상태로 예전 지도는 지우고 20층부터 새 챌린지가 시작돼 있다. 물론 우릴 구할 때마다 밍밍이가 얻는 보상이 있고, 우리는 그 약속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 몸은 힘들지만 말이다.

돌아보면 아이에게 필요했던 건 잔소리나 보상이 아니라, "왜 가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와 그 결과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장치였던 것 같다.

아이는 아무 잘못 없다.

"아이는 아무 잘못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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