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일기

5세 아이 물고기 키워본 경함담 2

발라판 2021. 4. 27.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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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어항 이야기, 그 두 번째 (feat. 밍밍이의 진심)

지난 이야기를 짧게 요약하면 이렇다. 이마트 수족관 앞에서 반강제로 시작된 물생활, 쓸모없었던 초보자용 어항 패키지, 물고기가 죽으면 밍밍이한테 뭐라고 설명해야 하나 하던 고민, 그리고 어느 날 물고기 한 마리가 새끼를 여섯 마리나 낳아 다들 적잖이 감동받았던 순간까지.

아기 물고기 돌보며 더 바빠진 나날

너무나 놀라웠던 생명 탄생의 순간을 목격한 뒤, 와이프와 나는 더 바빠졌다. 궁금한 게 한둘이 아니었다. 아기 물고기와 어미를 한 어항에서 키워도 되는지(어떤 물고기는 어미가 자기 새끼를 먹이인 줄 알고 잡아먹기도 한다고 들은 기억이 있었다), 물고기 밥은 어떤 걸 줘야 하는지, 물 온도가 너무 춥거나 덥지는 않은지 등등. 알아보니 풍선몰리는 어미와 새끼를 따로 격리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그래서 어미가 먹던 사료를 잘게 갈아서 주고, 물 온도는 기존과 똑같이 유지해줬다.

어항 바닥에서 힘겹게 숨을 고르던 녀석들이 어느새 작은 지느러미로 헤엄치며 어항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다섯에서 여섯 마리쯤 태어난 것 같았는데, 그중 두 마리는 결국 바닥에서 떠오르지 못하고 먼저 세상을 떠났다. 새끼가 태어난 뒤부터 우리는 더 자주 물을 갈아줘야 했고, 혹시 또 누가 떠나갈까 봐 어항 속 녀석들 위치를 수시로 확인하곤 했다.

뜰채를 뺏으려던 밍밍이의 서운함

어항 물을 갈아줄 때마다 밍밍이는 뜰채를 낚아채며 "내가 잡을래, 내가 건질래, 내가 옮겨볼래!"하며 한바탕 실랑이를 벌였다. 물고기 다치면 안 된다고 구경만 시켰던 게 못내 서운했는지, 괜히 짜증을 내기도 했다. 그때는 그저 아이가 조심성이 부족해서 그러나 보다 하고 넘겼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밍밍이한테는 그 순간이 단순한 구경이 아니라 직접 참여하고 싶은 일이었던 것 같다.

처음 물고기를 키우기 시작하면서 나는 이걸로 아이에게 생명의 소중함이나 책임감 같은 걸 가르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번거로운 일이 늘어나겠지만 이왕 시작한 거 잘 키워보자는 마음으로 와이프와 말없이 서로를 응원했다. 그래서 와이프가 알아서 어항 물을 갈아줄 때는 참 기특하게 느껴지곤 했다.

하나둘 떠나가던 아이들

새 생명이 태어나고 일주일쯤 지났을 무렵부터, 우리 뜻과는 다르게 어항 속 녀석들 움직임이 점점 둔해지더니 아침마다 한두 마리씩 세상을 떠나기 시작했다. 이때는 슬픈 감정보다 답답한 마음이 더 컸다. 뭘 잘못한 걸까, 어떻게 해줘야 할까 계속 고민했지만 뾰족한 답은 나오지 않았다. 결국 마지막 어미 물고기 한 마리를 끝으로 우리 집 물생활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마지막 순간, 예상 밖의 한마디

마지막 물고기가 떠나던 날, 밍밍이에게 죽음과 이별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하며 무거운 마음으로 물고기를 건져 올리고 있었다. 머릿속으로는 "모든 생명체는 태어나고 죽는단다, 아빠도 죽음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이 물고기를 화단에 잘 묻어주자"는 말을 되뇌고 있었다.

그런데 뜰채로 물고기를 건져 올리는 순간, 밍밍이가 그 자리에서 폴짝 뛰며 이렇게 외쳤다. "드디어 물고기를 만져볼 수 있어! 완전 신난다!" 와이프와 나는 순간 얼음이 됐다. 솔직히 말하면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물고기를 키우는 내내 밍밍이가 정말 하고 싶었던 건, 어항 속에서 움직이던 물고기를 직접 손으로 만져보는 것이었다. 생명의 소중함이나 책임감, 새 생명의 탄생 같은 우리가 기대했던 교훈은 애초에 아이 머릿속에 없었던, 어쩌면 우리 어른들의 욕심이었던 셈이다.

예전에 읽은 책 내용이 문득 떠올랐다. 오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아이와 한 달간 유럽 일주를 다녀온 부모가 아이에게 "어디가 제일 좋았어?"라고 물었을 때, 에펠탑 근처 카페나 콜로세움의 웅장함을 기대했던 부모에게 아이는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비 오던 날 엄마 아빠랑 빨래방에서 얘기했을 때요. 어딘지는 기억 안 나는데 그때가 제일 좋았어요."

그날 이후 든 생각

그날 물고기를 아파트 화단에 묻어주는 내내, 나도 모르게 아이를 내 기준에 맞춰 키우고 있었던 건 아닌지, 내가 바라는 대로 느끼고 생각해주길 기대했던 건 아닌지 계속 곱씹었다. 밍밍이는 끝까지 자기가 묻어주겠다며 만져도 되냐고 열 번은 물어봤던 것 같다.

밍밍아, 천천히 자라주렴.

아이는 아무 잘못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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