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일기

5세 아이 물고기 키워본 경험담

발라판 2021. 4. 22. 01:24
반응형

이렇게 생긴 애들이다. 많이 먹어서 배가 나온건 줄 알았는데 배 속에 아기 물고기가 있었다니....

마트 수족관 앞에서 시작된 물고기 육아

5세에서 7세 정도 아이를 둔 부모라면 다들 한 번쯤은 거쳐 가는 게 애완동물이나 애완곤충 키우기 아닐까 싶다. 여느 부모들처럼 우리도 사람이 아닌 생명체를 키우는 게 아이에게 책임감을 주고 정서적으로도 도움이 된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다. 다만 밍밍이를 돌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정서적으로(?) 성장하고 있었기에, 굳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못 했었다.

대형마트 1층이나 지하 1층, 쇼핑을 마치고 계산대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수족관은 위치 선정이 참 훌륭하다. 입구에 있었다면 오자마자 아이들이 매달려서 부모 쇼핑을 방해했을 거고, 애매한 중심부에 있었다면 아예 그쪽으로 카트를 안 끄는 전략도 가능했을 텐데, 딱 계산대로 향하는 길목에 자연스럽게 자리해서 반강제로 '물생활'을 시작하게 만든다.

우리도 비슷한 케이스였다. 마트 갈 때마다 수족관과 새장 앞에서 한참을 붙잡혀 있었고, 어느 날 갑자기 집에 물고기 두 마리가 함께 살게 됐다.

처음엔 강하게 반대했던 이유

사실 나는 강하게 반대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결국 내가 다 돌봐야 할 것 같아서였다. 물 갈아주고, 밥 주고, 어항 안 돌멩이 닦아주고... 밍밍이 하나로도 이미 충분히 바쁜데 말이다. 그리고 또 하나, 정 붙이고 잘 키우던 애들이 죽기라도 하면 그 '이별'을 밍밍이한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서 더 반대했다. 하지만 이미 손은 눈보다 빨랐고, 어항 하나와 '풍선몰리'라는 물고기 두 마리가 우리 집 식구가 되어 있었다.

초보자용 어항 패키지의 함정

초보자용 어항 패키지에는 정말 필요한 게 별로 없었다. 나중에 깨달았지만, 정작 물고기가 사는 데 필요한 핵심 장비는 거의 빠져 있었다. 여과기가 없는 어항의 물은 하루가 다르게 탁해졌고, 그 영향인지 물고기 몸 상태가 눈에 띄게 안 좋아지는 게 보였다. 쌀알보다 조금 큰 꾸미기용 모래는 아무리 씻어도 배설물과 섞여서 완전히 깨끗해지지 않았다.

이러다 정말 얼마 못 가서 얘네를 떠나보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서둘러 제대로 된 물생활 장비를 다시 구매했다. 여과기, 여과기 설치가 가능한 크기의 어항, 물갈이용 펌프까지. 처음부터 이 정도는 필요하다고 알려줬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우여곡절 끝에 상태가 더 나빠지기 전에 어항을 바꿔줬고, 둘 다 이전보다 훨씬 활발하게 헤엄치는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한참을 멍하니 보게 되더라. 이게 말로만 듣던 '물멍'인가 싶었다. 이러다 어항 관리까지 내 전담 업무가 될 것 같아 정신을 차려야 했다.

예상치 못했던 아기 물고기

한 달쯤 지났을 무렵 아침, "아빠!! 이거 봐!!"라는 소리에 심장이 철렁했다. 혹시 하는 마음으로 거실로 달려갔는데, 어항 앞에 밍밍이와 와이프가 앉아 깔깔 웃고 있었다. 계속 이거 좀 보라고 소리치는데, 어항 바닥에 뭔가가 있어서 처음엔 물고기 배설물인 줄 알았다. 자세히 보니 아기 물고기였다. 그것도 여섯 마리 정도가 바닥에서 힘겹게 호흡을 가다듬고 있었다.

너무 놀랐다. 물고기는 알을 낳는 줄 알았는데 왜, 어떻게 이렇게 태어난 건가 싶었다. 와이프 말로는, 처음 풍선몰리를 데려올 때 이미 새끼를 밴 개체를 데려온 거였다고 한다. 기분이 묘했다. 어릴 적 집에서 키우던 강아지가(사실 엄마가 키운 거고 나는 구경만 했지만) 새끼를 열 마리쯤 낳았을 때는 그냥 "아, 귀엽다" 정도였는데, 이 작은 물고기가 새끼를 낳았다는 사실에는 말은 안 했지만 더 큰 감동이 밀려왔다.

여덟 마리가 된 지금

처음 두 마리로 시작했던 어항이 어느새 여덟 마리로 늘어났다. 머릿속이 복잡해질 때쯤, 우리 어항에도 첫 번째 이별이 찾아왔다. 그 이야기는 다음에 이어서 써보려고 한다.

아이는 아무 잘못 없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