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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10

태권도 시작한 아이

도복 입고 첫날부터 울어버린 아이친구가 다닌다는 말에 자기도 태권도 하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아이였다. 등록하고 도복까지 맞춰 입힌 첫날, 정작 관장님 앞에 서자마자 울음을 터뜨렸다. 낯선 어른, 낯선 구호, 낯선 동작 앞에서 아이는 완전히 얼어붙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도복을 입어보며 신나 하던 모습을 생각하면, 이 급격한 태도 변화가 당황스러웠다.하고 싶다는 마음과 무섭다는 마음이 같이 있었다집에 와서 물어보니 태권도 자체가 싫은 건 아니라고 했다. 다만 관장님 목소리가 크고, 다른 형 누나들 앞에서 혼자 못 따라 할까 봐 무서웠다고 한다. 하고 싶은 마음과 무서운 마음이 동시에 있었던 셈이다. 이 두 감정을 구분해서 들어보니, 그만두게 할 일이 아니라 적응할 시간을 주면 될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

육아 일기 2026.09.11

미술학원 시작한 이야기

"그림 못 그려서 안 갈래" 첫날의 저항동네 미술학원에 등록하고 나서, 첫 수업 가는 날 아침부터 아이가 안 가겠다고 버텼다. 이유를 물어보니 "나 그림 못 그려서 창피해"였다. 평소 집에서 낙서할 때는 신나서 그리던 아이였는데, 정식으로 배우는 곳이라 생각하니 부담을 느낀 모양이었다. 등록하기 전까지만 해도 미술학원 얘기를 하면 눈을 반짝이던 아이였기에, 이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가 낯설었다.억지로 등 떠밀지는 않았다그날은 결국 억지로 보내지 않았다. 대신 "오늘 가서 그냥 구경만 하고 와도 돼"라고 말해줬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을 덜어주고 싶었다. 학원 선생님께도 미리 전화해서 상황을 설명드렸고, 첫날은 정말 구경 위주로 편하게 봐주십사 부탁드렸다. 선생님도 흔한 경우라며, 억지로 그리게 하지 않고 자..

육아 일기 2026.09.10

처음 캠핑 갔던날

텐트 치는 것부터 난관이었던 첫 캠핑아이랑 처음으로 캠핑을 가보기로 했다. 그동안은 숙박은 늘 펜션이나 호텔이었는데, 캠핑 유튜브를 몇 번 보여줬더니 아이가 텐트에서 자보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다. 장비도 제대로 없는 상태에서 일단 저렴한 돔텐트 하나와 필수품 몇 가지만 사서 근교 캠핑장으로 떠났다. 인터넷에서 캠핑 준비물 목록을 몇 번이나 검색해봤지만, 막상 짐을 싸다 보니 뭘 빼먹었는지 계속 불안했다.도착하자마자 마주한 현실캠핑장에 도착해서 텐트를 펼치는데, 유튜브에서 본 것처럼 술술 되지 않았다. 폴대를 어디에 끼워야 하는지부터 헷갈렸고,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텐트 천이 펄럭여서 고정하는 데만 삼십 분 넘게 걸렸다. 아이는 처음엔 신나서 구경하다가, 시간이 길어지자 슬슬 지루해하기 시작했다. "언제 ..

육아 일기 2026.09.09

안경 쓰기 싫어하는 아이

시력검사 결과를 받고 나서학교 정기 시력검사에서 한쪽 눈이 많이 나쁘다는 통보를 받았다. 안과에 데려가서 정밀검사를 받았고, 결국 안경을 맞추게 됐다.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안경을 써보라고 하면 몇 초 쓰다가 바로 벗어버렸다. 안경테를 고를 때만 해도 신나 했는데, 막상 도수 렌즈를 낀 안경을 받아 들자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다.안경점에서 함께 고른 도수렌즈 도수를 맞추는 과정도 생각보다 아이한테는 낯선 경험이었다. 여러 렌즈를 번갈아 끼워보며 "이게 더 잘 보여, 저게 더 잘 보여?"를 반복해서 물어보는 검사 자체를 힘들어했다. 검사하는 선생님이 아이 눈높이에 맞춰 천천히, 게임하듯 진행해주셔서 그나마 수월하게 끝났다. 검사가 끝나고 나서는 "나 이제 잘 보여?"라고 몇 번이나 확인하듯 물었다."답답해..

육아 일기 2026.09.08

아이랑 셋이서 안전요리 하기

플라스틱 칼 하나로 시작된 셋이서 요리하기요리할 때마다 아이는 늘 주방 밖에서 구경만 했다. 칼이나 불 근처는 위험하니 당연히 못 오게 했는데, 그럴 때마다 문 앞에서 서성이며 뭐라도 거들고 싶어 하는 눈치가 보였다. 그러다 아이용 플라스틱 칼을 하나 사서, 처음으로 셋이 같이 요리를 해보기로 했다. 마트에서 그 칼을 고를 때부터 아이 표정이 벌써 들떠 있었다.위험하지 않은 재료부터 맡겼다플라스틱 칼로도 자를 수 있는 재료 위주로 골랐다. 삶은 계란, 부드러운 바나나, 두부처럼 힘을 많이 안 줘도 잘리는 것들이었다. 아이한테는 도마와 플라스틱 칼을 따로 내주고, 그 재료들을 써는 역할을 맡겼다. 손을 다칠 걱정이 없으니 나도 옆에서 편하게 지켜볼 수 있었다.서툴러도 끝까지 시켰다처음엔 두부가 뭉개지고 계..

육아 일기 2026.09.07

할머니네 집 개 이야기

할머니 집 개가 사라진 자리친정에서 오래 키우던 개가 있었다. 아이가 아기 때부터 봐온 개라, 걷기도 전부터 그 개 옆에서 놀았다. 그런데 그 개가 몸집이 점점 커지면서, 주로 돌보시던 어머니가 감당하기 힘들어하셨다. 결국 다른 곳으로 보내드리기로 했고, 어디로 어떻게 갔는지 자세한 과정은 나도 잘 모른다. 어머니도 그 얘기를 자세히 꺼내고 싶어 하지 않으셔서, 굳이 더 캐묻지 않았다.아이한테는 세계관 하나가 사라진 셈이었다할머니 집에 갈 때마다 제일 먼저 찾던 존재가 없어졌다는 걸, 아이는 금방 알아챘다. "○○이 어디 갔어?"라고 몇 번 물었고, 그때마다 "다른 좋은 곳으로 갔어"라고만 짧게 답해줬다. 어른들끼리는 대충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늘 당연하게 있던 존재 하나가 통째로..

육아 일기 2026.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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