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일기

할머니네 집 개 이야기

발라판 2026. 9. 7.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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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집 개가 사라진 자리

친정에서 오래 키우던 개가 있었다. 아이가 아기 때부터 봐온 개라, 걷기도 전부터 그 개 옆에서 놀았다. 그런데 그 개가 몸집이 점점 커지면서, 주로 돌보시던 어머니가 감당하기 힘들어하셨다. 결국 다른 곳으로 보내드리기로 했고, 어디로 어떻게 갔는지 자세한 과정은 나도 잘 모른다. 어머니도 그 얘기를 자세히 꺼내고 싶어 하지 않으셔서, 굳이 더 캐묻지 않았다.

아이한테는 세계관 하나가 사라진 셈이었다

할머니 집에 갈 때마다 제일 먼저 찾던 존재가 없어졌다는 걸, 아이는 금방 알아챘다. "○○이 어디 갔어?"라고 몇 번 물었고, 그때마다 "다른 좋은 곳으로 갔어"라고만 짧게 답해줬다. 어른들끼리는 대충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늘 당연하게 있던 존재 하나가 통째로 사라진 셈이었다. 태어날 때부터 봐온 개라서, 아이한테는 가족의 일부처럼 느껴졌을 거다.

하지만 '좋은 것으로 간것'이 우리 아이한테는 받아들일 수 없는 대답이었을 거다. 대체 좋은곳이 어디며, 집보다 더 좋은곳이 이세상에 있긴 하며, 혼자 모르는 사람들과 있는게 어떻게 좋을 수 있냐고 되물었다. 할 말이 없었다.

별다른 특이점 없이 넘어가고 있다

집집마다 반려동물을 대하는 철학이 다르겠지만, 우리 집은 "개는 개처럼"이라는 기준을 갖고 있다. 지나치게 감정을 이입하거나, 반대로 일부러 무심하게 대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려고 한다. 그래서 이번 일도 크게 특별한 대화나 의식 없이, 그냥 담담하게 넘어가고 있는 중이다. 아이한테 억지로 괜찮은 척을 시키지도 않았고, 반대로 슬픔을 과장해서 다뤄주지도 않았다. 그저 평소와 똑같은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 자체가 우리 나름의 방식이었다. 그렇게 내가 어렸을 때 부터 우리집엔 많은 개들이 찾아왔다가 떠나가기를 반복했다. 성인되고 나서는 다른 생몀을 돌 볼 여유가 없어서 반려동물에 대해서는 아무런 감정도 미련도 없던 우리들이었다.

다만, 이번에 찾아왔던 녀석은 조금 특별했다. 여기서 다 밝힐 수는 없지만 나와 와이프에게도 각별하고 가족 모두에게 특별했던 녀석이었다. 작은 생명하나가 각자 다들 사느라 바빠 소홀했던 가족들을 더 많이 만나고, 더 자주 볼 수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가끔 툭 던지는 그리움

그래도 가끔 아이가 예상치 못한 순간에 그 개 얘기를 꺼낸다. 산책하다 비슷하게 생긴 개를 보면 "저거 ○○이 닮았다"라고 하거나, 할머니 집에 가는 차 안에서 문득 "○○이 지금 뭐 하고 있을까"라고 혼잣말처럼 묻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굳이 화제를 돌리지 않고, "그러게, 잘 지내고 있겠지"라고 짧게 맞장구쳐주는 정도로만 반응한다. 억지로 위로하려 들지 않고, 그 순간의 그리움을 그냥 인정해주는 정도가 딱 맞는 것 같았다.

지금 드는 생각

아이 마음속에서 그 개가 차지하던 자리가 완전히 없어지진 않은 것 같다. 다만 그 자리를 억지로 채우려 하거나, 반대로 아예 언급을 피하려 하지도 않는다. 그냥 아이가 그리워할 때 그리워하게 두고, 잊고 지낼 때는 굳이 다시 꺼내지 않는다. 반려동물과의 이별을 대하는 방식에 정답은 없겠지만, 적어도 우리 집에서는 이 정도의 담담한 거리가 지금은 맞는 것 같다.

돌이켜보면 처음엔 나도 아이한테 뭔가 특별한 설명이나 위로를 해줘야 하나 고민했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굳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일상을 그대로 이어가는 것 자체가 아이한테는 오히려 안정감을 준 것 같다. 그리움은 그리움대로 인정하되, 그게 일상을 뒤흔들 만큼 무거운 일은 아니라는 걸 자연스럽게 배워가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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