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일기

초등고학년 친구 관계 고민

발라판 2026. 9. 1.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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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걔네가 나만 빼고 놀아" 학교 다녀와서 던진 한마디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가 가방을 던지듯 내려놓으며 시무룩하게 말했다. "오늘 애들이 나만 빼고 자기들끼리 놀았어." 자세히 물어보니 평소 친하게 지내던 무리에서 며칠째 은근히 소외되고 있는 눈치였다. 초등 저학년 때는 없던 종류의 고민이라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순간 막막했다. 예전 같으면 장난감 하나 때문에 다투다가 금방 화해하는 정도였는데, 이번엔 결이 완전히 달랐다. 

 

소속되어 있다라고 느끼는 무리나 집단에서의 '소외감'은 성인이 된 나도 힘든 감정임을 잘 알고, 그들의 방식대로 풀어나가야 함을 살아오면서 느껴봤기 때문에 매우 난감한 기분이 들었다. 풀어내기에 쉽지 않은 부분임을 또 잘 알고 있었다.

바로 나서고 싶은 마음을 참았다

솔직히 처음 든 생각은 "선생님한테 말해볼까", "그 친구 엄마한테 연락해볼까"였다. 그런데 그 전에 아이 표정을 다시 봤다. 부모가 나서서 해결해주길 바라는 눈치는 아니었다. 그냥 속상한 마음을 들어주길 바라는 것 같았다. 이 나이대 아이들은 어른이 개입하는 순간 오히려 또래 사이에서 더 어색해질 수 있다는 얘기를 어디선가 들은 게 떠올랐다. 저학년 때는 친구 문제가 생기면 바로 나서서 정리해준 적이 몇 번 있었는데,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걸 직감적으로 느꼈다. 딸아이도 내가 개입했다가 상황이 더 악화되거나 돌이킬 수 없게 되버릴까 내심 노심초사 하는 느낌이었다. 말로 표현하지는 않아도 스스로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낸 듯해 보여 안쓰러웠다.

해결책 대신 질문을 먼저 던졌다

그래서 "그럼 이렇게 해봐"라는 조언 대신 질문을 먼저 했다. "그때 기분이 어땠어?", "너는 어떻게 하고 싶어?" 처음엔 "몰라"라는 대답만 돌아왔지만, 며칠에 걸쳐 조금씩 자기 생각을 꺼내놓기 시작했다. "그냥 좀 서운했어, 근데 내일은 다른 애랑 놀아볼까 싶어"라는 말이 나왔을 때, 이미 아이 나름대로 해결 방향을 찾아가고 있다는 걸 알았다.

부모가 할 일은 정보 수집이 아니라 곁에 있기

한동안은 매일 "오늘은 누구랑 놀았어?"라고 캐묻듯 물었는데, 그러자 아이가 오히려 그 얘기 자체를 피하기 시작했다. 질문을 줄이고 대신 "오늘 하루 어땠어?"라는 열린 질문으로 바꾸니, 필요할 때 스스로 먼저 얘기를 꺼내는 빈도가 늘었다. 답을 캐내려 하지 않고 그냥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순간이 많았다.

그래도 개입이 필요한 순간은 구분해뒀다

물론 모든 상황을 그냥 지켜보기만 한 건 아니다. 따돌림처럼 반복적이고 의도적인 괴롭힘 신호가 보이면 바로 담임 선생님과 상의하기로 미리 기준을 정해뒀다. 단순히 며칠 서먹한 것과, 지속적으로 배제당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파편적인 이야기들을 들어보니 같이 어울리던 또래 집단 중 극 소수가 집단의 움직임을 주도하고 컨트롤하고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당장이라도 그 아이들을 찾아가서 너 그러면 안돼 라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집사람이랑 둘이 우리들만의 선을 긋기로 했다. 아이가 신체적으로 상처를 입거나, 이 건으로 정신적으로 힘들고 그 힘듬이 신체활동에 영향을 주게되면 더이상 망설이지 않기로. 그렇다고 아이를 24시간 감시하고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하나부터 열까지 물어볼 수도 없었기에, 그저 집에서 만큼은, 무슨일이 있었어도 집으로 돌아오면 아이가 안정감을 느끼고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로 마음 먹었다.

이렇게 지나가고 있다

몇 주가 지난 지금, 그 무리와는 다시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있다. 대단한 해결책을 써서라기보다, 아이가 스스로 시간을 두고 관계를 조율해나간 것 같다. 돌아보면 부모가 바로 나서서 해결해주고 싶은 마음을 참는 것 자체가 제일 어려운 일이었다. 이 나이대부터는 문제를 대신 풀어주기보다, 스스로 풀어갈 수 있게 옆에서 지켜봐 주는 균형이 필요하다는 걸 배웠다.

돌이켜보면 예전 저학년 때 방식 그대로 개입했다면 오히려 상황을 더 어색하게 만들었을 것 같다. 아이가 크는 만큼 부모가 도와주는 방식도 같이 바뀌어야 한다는 걸,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 생각하게 됐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학교에서 무슨일이 있었어도(집이 아닌 공간에서) 집에 돌아오면 따듯함을 느끼기를 바랬고 가족 구성원으로서 너를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아이가 느껴주기를 누구보다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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