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일기

기저귀 떼기

발라판 2026. 8. 29. 15:33
반응형

기저귀 뗀다고 큰맘 먹었다가 일주일 만에 접었던 이야기

과거의 기록이다. 우리 딸이 지금보다 훨씬 어렸을 때의 이야기다. 바로 어떻게 우리 딸이 기저귀를 그만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더 늦어 잃어버리기 전에 기록해 놓고 싶은 마음에 적어본다.

주변에서 또래 아이들이 하나둘 기저귀를 뗐다는 얘기를 듣고 조바심이 났다. 큰맘 먹고 팬티를 잔뜩 사서 어느 월요일부터 기저귀를 완전히 없앴다. 그런데 결과는 참담했다. 하루에 서너 번씩 실수하고, 그때마다 아이도 당황해서 울고, 우리도도 치우느라 진이 빠졌다. 세탁기를 하루에도 몇 번씩 돌리면서 이게 맞는 방법인가 싶었지만, 일단 시작한 거니 버텨보자는 마음으로 며칠을 더 밀어붙였다. 그러다 결국 이게 뭐하는 행동인가 싶어서 일주일 만에 다시 기저귀로 돌아갔다.

왜 이렇게 안 됐을까 되짚어봤다

돌이켜보니 순서가 잘못됐던 것 같다. 아이한테 "느낌이 오면 미리 말해줘"라고 했지만, 정작 그 느낌 자체를 스스로 알아차리는 연습을 시킨 적이 없었다. 갑자기 기저귀만 없애면 저절로 될 거라고 생각했던 게 성급했다. 몸으로 익혀야 할 감각을 말 몇 마디로 건너뛰려 했던 셈이다. 주변 얘기만 듣고 시기를 정한 것도 문제였다. 옆집 아이가 뗐다고 우리 아이도 준비가 됐다는 뜻은 아니었다. 옆집 아이가 걷는다고 우리 아이도 걷기를 바라는 것과 다를바 없었다.

두 달 뒤 다시 시도할 때 바꾼 것들

몇 달 지나 다시 시도할 때는 순서를 바꿨다. 먼저 하루에 정해진 시간마다(밥 먹고 난 뒤, 낮잠 자기 전 등) 변기에 앉아만 보는 연습을 일주일 정도 했다.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그냥 앉는 습관부터 만든 거다. 변기를 무섭거나 낯선 물건이 아니라 익숙한 일상의 하나로 느끼게 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다.

그냥 앉아만 있다 오게 하면서 "앉아 있어 보는거야~ 그러다 혹시 기분이 이상하면 그떄는 거기다 싸도되" 까지만 말해줬고 변기에 앉아 있는 동안 나도 옆에서 책을 보거나 이야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행동을 지켜봐 주었다.

그다음엔 낮에만 기저귀를 벗기고, 밤에는 그대로 뒀다. 하루 종일 실수와 성공을 반복하는 부담을 낮에만 지게 하고, 밤잠은 그대로 편하게 재우고 싶었다. 실수했을 때는 "괜찮아, 다음엔 미리 말해줄 수 있을 거야"라고만 하고 넘어갔다. 예전 같으면 실수한 옷을 치우면서 나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을 텐데, 이번엔 그 반응부터 의식적으로 감췄다. 아이가 어른의 표정에서 실망을 읽으면 다음번 시도 자체를 꺼릴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요한 또하나, 저녁에는 물을 포함한 액체류 섭취를 줄였고, 잠들기 위해 침대로 가기전 화장실에 한번 앉아 보는 절차를 꼭 하도록 했다. 소변이 나오건 나오지 않건 그렇게 했다. (대부분 소변이 나왔었다)

성공했을 때 반응하는 방식도 바꿨다

변기에서 성공했을 때 예전엔 그냥 "잘했어" 정도로 넘어갔는데, 이번엔 조금 더 구체적으로 반응했다. "느낌이 왔을 때 미리 말해줘서 옷 안 젖었네, 그게 진짜 중요한 거야"처럼 결과보다 그 과정을 짚어줬다. 스티커판 같은 보상은 따로 안 썼다. 보상이 없어져도 유지되는 습관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잘 먹고, 잘자고, 잘싸고는 보상과 별개의 개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방법 한 달 뒤에는

실수하는 날이 있어도 완전히 그만두지 않고 계속 이어갔다. 그러다 보니 실수하는 빈도가 서서히 줄었고, 낮 동안은 거의 기저귀 없이 지냈다. 밤에 잠들기 전에 화장실에 들러서 변기에 앉아보고, 손닦고, 양치하는 습관을 들였더니 언제 실수를 했었나? 싶을 정도로 쉽게 기저귀를 벗었다.

첫 시도 때 일주일 만에 포기했던 걸 돌아보면, 그때는 결과를 너무 빨리 보려고 했던 것 같다. 몸이 신호를 알아차리고 표현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을 인정해주니, 오히려 더 빨리 자리 잡았다. 조급함을 내려놓는 게 결국 가장 빠른 길이었던 셈이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어렸을 때 실수를 했었고 부모님께 혼났던 기억이 있다. 근데 그날의 기억이 아주 생생하게 남아있다. 필자의 나이를 감안 당시는 정말 낭만의 시절이었고 엄마는 나한테 참 모질게도 했었다. 당시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자다 이불에 실수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이유도 없고, 왜 그런지도 몰랐다.

그냥 자기전에 화장실, 물 적게 마시기 라는 방법을 나는 나 스스로 깨우쳤던 기억이다. 갑자기 슬퍼지는건 왜일까 .

혹시 고민이 되시는 분이 있다면 꼭 말해주고 싶다. 혼내거나 다그치지 말고 실수하지 않을 가능성을 높여주도록 도와주시라고.

반응형

'육아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난감 안빌려주는 아이  (0) 2026.08.28
5세아이 수영 물 공포 극복기  (0) 2026.08.28
기타 치는 아이  (0) 2026.08.28
승부욕 강한 아이  (0) 2026.08.28
아이가 실수 자책할 때 대처법  (0) 2026.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