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얼굴 담그기까지 두 달 걸린 이야기
수영을 가르치고 싶어서 등록했는데, 정작 첫날부터 물 앞에서 얼어붙었다. 다른 아이들은 물장구치며 신나 하는데 우리 아이는 수영장 가장자리를 붙잡고 발끝만 담근 채 움직이지 않았다. 선생님이 여러 번 유도해봐도 소용없었고, 결국 그날은 발만 담그다 끝났다. 집에 오는 길 내내 뭔가 시무룩해 보여 마음이 좋지 않았다. 옆 레인에는 정말 성인과 같은 폼과 속도로 수영하는 친구들이 있었고 멍하니 처다보고 있던게 마음에 걸렸다.
다그치지 않기로 마음먹은 이유
집에 와서 왜 그랬냐고 물으니 "물이 눈에 들어갈까 봐 무서워"라고 했다. 예전에 목욕하다 비눗물이 눈에 들어가서 따가웠던 기억이 남아있었던 모양이다. 이유를 듣고 나니 그냥 겁이 많아서가 아니라 구체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두려움이라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빨리 물에 익숙해져야지"라고 재촉하는 대신, 그 속도를 존중해주기로 했다. 생각해보면 그동안 "다른 애들은 다 하는데 왜 너만"이라는 말을 무심코 몇 번 했던 것 같아 뜨끔하기도 했다. 물안경을 하도 쌔게 껴서 눈 주위로 자국이 남아있었다. 귀엽기도 하면서 안쓰럽기도 했다.
집 욕조에서부터 다시 시작했다
수영장 대신 집 욕조에서 먼저 연습해보기로 했다. 물안경을 씌우고 세면대에 물을 받아 얼굴을 대보는 것부터 시작했다. 처음엔 눈만 살짝 감고 이마를 대는 정도였는데, 며칠 지나자 코까지 담그고, 나중엔 입까지 넣어보는 단계로 조금씩 늘어났다. 매번 "오늘은 여기까지만 해도 충분해"라고 말해주면서 목표를 낮게 잡았다. 하루하루 눈에 띄는 변화는 없었지만, 일주일 단위로 놓고 보면 분명히 조금씩 나아가고 있었다.
수영장에서도 서두르지 않았다
수영장에서도 선생님께 미리 얘기해서, 다른 아이들과 같은 진도를 맞추지 말고 물에 얼굴 대는 연습 위주로만 봐달라고 부탁했다. 몇 주 동안은 여전히 가장자리만 붙잡고 있었지만, 억지로 끌어당기지 않고 그 속도를 그대로 지켜봐 줬다. 선생님도 다행히 이런 경우를 여러 번 겪어봤다며, 조급해하지 말고 아이가 스스로 물에 손이라도 대는 순간을 기다려주라고 조언해주셨다.
두 달 만에 찾아온 변화
그렇게 두 달쯤 지난 어느 날, 수업이 끝나고 나오면서 아이가 대뜸 "오늘 얼굴 물속에 넣었어!"라고 자랑했다. 선생님 말로는 그날 처음으로 스스로 얼굴을 물에 담그고 3초를 버텼다고 했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그동안의 시간을 아는 입장에서는 정말 큰 사건이었다. 얼굴을 물에 넣는다 라는 공포가 사라지고 나니까 정말 하루가 다르게 바뀌었다. 어느샌가 킥판을 잡고 10미터 15미터를 갈 수 있게 되더니 금방 자유형 팔동작을 하고 있었다.
지금은 물안경 없이도 얼굴을 담그고, 조금씩 발차기까지 배우고 있다. 돌아보면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며 진도를 맞추려 했다면 오히려 물 자체를 싫어하게 됐을지도 모른다. 두려움의 이유를 먼저 물어보고, 그 속도에 맞춰 목표를 낮춰준 두 달이 결국 가장 빠른 길이었던 셈이다.
돌이켜보면 처음에 "왜 이렇게 겁이 많아"라는 말이 목까지 올라온 적도 있었다. 다행히 그 말을 삼키고 이유부터 물어봤던 게 지금 생각해도 잘한 선택이었다. 만약 그때 다그쳤다면 물에 대한 두려움 위에 부모에 대한 서운함까지 하나 더 쌓였을지도 모른다. 아이가 유독 겁내는 게 있다면, 그 뒤에 숨은 구체적인 이유부터 물어보는 게 먼저라는 걸 이번에 다시 배웠다.

지금은 어떤가
한마리의 돌고래가 따로없다. 내앞에서 앞돌기 뒤돌기를 시전하면서 해보라고 하기도 하고 한바퀴 랩타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자랑스럽게 이야기 한다. 해외 여행을 가서도 수영장이 있는 호텔이라면 관광이고 쇼핑이고 다 필요없고 수영장에만 있겠다고 한다. 내가 밍밍에게 살면서 꼭 배우게 하고 그 재미를 느꼈으면 했던 것들 중에 하나가 수영이었다. 다른 하나는 어느 악기든 꾸준히 배우는 것이었고.
수영에 자신감이 생길 수록 더더욱 내가 강조하는 것이 있다. 물에 들어 갈때는 항상 겸손해야 한다고, 자만하지 말고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고.
시간이 흘러 언젠가는 또 어떤 어려움이 있을 지 모르겠지만 옆에서 끝까지 응원해 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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