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내 거야!" 놀이터에서 매번 반복되던 실랑이
놀이터나 집에 친구가 놀러 올 때마다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친구가 장난감 하나를 집어 들면 아이가 바로 달려가서 "이건 내 거야!"라며 뺏어왔다. 처음엔 그냥 부끄러워서 넘어갔는데, 매번 반복되니 슬슬 걱정이 됐다. 이러다 친구들이 안 놀아주면 어쩌나 싶었고, 다른 부모님들 앞에서 민망한 마음도 솔직히 없지 않았다.
"나눠 써야지"라는 말이 안 통했던 이유
처음엔 그 자리에서 "친구랑 나눠 써야지"라고 타일렀다. 그런데 그 말을 들을수록 아이는 오히려 장난감을 더 꽉 움켜쥐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나이대 아이들에게 소유물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일부처럼 느껴진다고 한다. "나눠 써"라는 말이 아이 입장에서는 "네 몸의 일부를 남한테 줘"처럼 들렸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들도 아끼는 물건을 갑자기 남한테 빌려주라고 하면 선뜻 내키지 않는데, 아이한테는 그 강도가 훨씬 컸을 것 같다.
강요 대신 미리 정하는 방식으로
그래서 방법을 바꿨다. 친구가 오기 전에 미리 물어봤다. "오늘 친구 오면 어떤 장난감은 같이 놀고, 어떤 건 너만 갖고 놀고 싶어?" 아이가 직접 몇 개를 골라서 미리 방 한쪽에 치워뒀다.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빌려줘도 되는 것"이 됐다. 처음엔 거의 모든 장난감을 숨기려고 했지만, "그래, 이건 네 마음대로 정하는 거니까"라고 인정해주고 나니 시간이 지날수록 스스로 남겨두는 장난감 개수가 조금씩 줄어들었다.
신기하게도 미리 스스로 정하고 나니, 그 순간에 뺏어오는 행동이 확 줄었다. 강요당해서 나눠주는 게 아니라, 자기가 미리 정한 범위 안에서 허락한 거라는 느낌이 있었던 것 같다.
빌려줬을 때는 꼭 알아봐 줬다
그리고 아이가 스스로 뭔가를 빌려줬을 때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짚어줬다. "방금 그거 친구한테 먼저 줬네, 멋지다"처럼 구체적으로 말해줬다. 억지로 시켜서 한 행동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행동이라는 걸 다시 확인시켜주고 싶었다. 친구가 돌아간 뒤에도 "오늘 이거 빌려준 거 친구가 진짜 좋아하더라"라고 한 번 더 짚어주니, 다음번엔 먼저 나서서 빌려주는 장난감이 하나둘 늘어났다.
지금은 많이 편해졌다
요즘은 친구가 오기 전에 스스로 "이건 같이 놀 거, 이건 내 거"라고 먼저 나눠놓는다. 여전히 아끼는 물건 몇 개는 절대 안 내주지만, 그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모든 걸 다 나눠 쓰는 게 목표가 아니라, 자기가 선택할 수 있다는 감각을 갖는 게 먼저였던 것 같다. 강요로 만든 배려보다, 스스로 정한 배려가 훨씬 오래갔다.
돌아보면 "나눠 써야지"라는 한마디로 그 순간을 넘기려 했던 게 오히려 문제를 키웠던 셈이다. 아이 입장에서 소유권을 스스로 정할 기회를 주지 않은 채 결과만 요구했으니, 반발하는 게 어쩌면 당연했다. 비슷한 상황을 겪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그 순간 타이르기보다 다음번엔 미리 함께 정해보는 쪽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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