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자가 서 있던 자리 — 공자와 정반대 길
앞서 공자를 살펴봤다. 이번엔 같은 시대를 살았지만 정반대 길을 가리킨 노자를 보려 한다. 노자 역시 약 2500년 전 중국의 혼란한 시대를 살았던 사람으로 전해진다.
같은 혼란을 두고도 두 사람의 처방은 정반대였다. 공자는 무너진 질서를 다시 세우기 위해 인과 예, 군자처럼 사람이 적극적으로 닦고 노력해야 할 것들을 제시했다. 반면 노자는 정반대로 말했다. 인간이 자꾸 뭔가를 더 하려 할수록 세상은 더 꼬인다고. 규범과 노력으로 질서를 만들려는 시도 자체가 오히려 자연스러운 흐름을 거스른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도(道) — 말로 담을 수 없는 근본
노자 사상의 출발점은 '도(道)'다. 그가 남긴 것으로 전해지는 책 '도덕경'의 첫 문장이 유명한데, "도를 도라 말할 수 있으면 영원한 도가 아니다"는 뜻이다. 즉 진짜 근본은 말로 꽉 집어 설명하는 순간 이미 그 진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게 앞서 다룬 서양 철학과 크게 갈리는 지점이다. 서양 철학은 대체로 진리를 명확히 정의하고 논리로 붙잡으려 했다. 반면 노자는 정말 근본적인 것은 정의하는 순간 오히려 사라진다고 보았다. 도는 하늘과 땅, 만물이 생겨나고 움직이는 근본적인 이치인데, 너무 크고 근본적이라 인간의 언어로는 온전히 담아낼 수 없다는 것이다.
말로 담을 수 없다는 게 답답하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일상에도 비슷한 감각은 있다. 정말 깊은 감정이나 깨달음은 말로 설명하려 하면 오히려 어색해지고 진짜 느낌이 사라지는 경험 말이다. 노자는 가장 중요한 것은 말 밖에 있다고, 그래서 말보다 먼저 느끼고 따르라고 가르친다.
무위자연 — 억지로 하지 않는 힘
노자를 대표하는 말이 '무위자연(無為自然)'이다. 글자 그대로는 '함이 없이 스스로 그러하다'는 뜻인데, 오해하기 쉬운 말이다. 무위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놓아두라는 게 아니다. 자연스러운 흐름을 거스르며 억지로 뭔가를 하지 말라는, 좀 더 섬세한 말이다.
예를 들면 농부가 작물을 키운다고 해서 억지로 싹을 잡아당길 수는 없다. 핯빛과 물을 주고, 식물이 스스로 자라는 힘을 따르는 게 훨씬 잘 자란다. 억지로 세게 당기면 오히려 식물이 상한다. 무위란 이처럼 사물이 지닌 본래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자연스러운 이치를 따르는 태도다.
노자는 정치도 마찬가지라고 봤다. 통치자가 자꾸 내세워 백성을 억지로 다스리려 할수록 오히려 반발과 혼란이 생긴다. 오히려 내버려둔 듯 다스릴 때, 백성이 스스로 제자리를 찾는다는 게 노자의 생각이었다. 억지로 하려는 마음을 내려놓을 때 오히려 일이 잘 풀린다는 역설이 담겨 있다.
물처럼 산다 — 약함이 강함을 이긴다
노자가 가장 이상적으로 여긴 것은 물이다. "가장 좋은 것은 물같다"는 말을 남겨는데, 물은 노자 철학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상징이다.
물이 왜 이상적일까. 물은 부드럽고 약해 보인다. 그릇에 담기면 그 모양대로 변하고, 높은 곳을 다투지 않고 낮은 곳으로 흐른다.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낮추어 스며든다. 그런데 바로 그 부드러운 물이, 오랜 세월 단단한 바위를 뚫고 깊은 계곡을 만든다. 부드러움이 단단함을 이기는 것이다.
여기서 노자의 역설이 드러난다. 사람들은 보통 강함, 단단함, 앞서나가는 것을 좋다고 여긴다. 하지만 노자는 오히려 부드럽고 약한 것, 낮추는 것이 더 오래 가고 강하다고 보았다. 따로 나서려 애쓰지 않아도 물은 결국 바다로 모인다. 강해지려 애쓰는 대신 부드러움을 택하는 게 역설적으로 더 강하다는 게 노자의 가르침이다.
노자가 지금 우리에게 남기는 질문
노자를 공자와 나란히 놓으면 흥미로운 대조가 보인다. 공자가 인과 예, 노력으로 사람답게 사는 길을 찾았다면, 노자는 오히려 억지로 하려는 마음을 내려놓을 때 삶이 자연스럽게 풀린다고 보았다. 한 쪽은 적극적인 닦음을, 다른 쪽은 힘을 빼는 비움을 말한 것이다.
노자가 지금 우리에게 남기는 질문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겠다. "나는 억지로 될 일을 억지로 밀어붙이고 있지는 않은가." 우리는 종종 모든 걸 통제하고 더 애써서 다스리려 한다. 하지만 어떤 일은 힘을 주면 줄수록 꼬이고, 오히려 손을 농을 때 자연스럽게 풀리기도 한다. 노자는 그 구분을 볼 줄 아는 지혜를 이야기한다.
또 하나는 부드러움에 대한 생각이다. 우리는 강해야 이긴다고 믿지만, 노자는 물처럼 부드러운 게 더 오래 간다고 말한다. 물론 노자의 사상은 때로 현실을 외면하는 소극처럼 읽힐 수도 있다. 그렇지만 모든 걸 통제하고 더 많이 이뤄야 한다고 몰아붙이는 시대에, 힘을 빼고 흐름을 따르라는 그의 말은 오히려 드물고 귀한 조언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