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일기

편식하는 아이들의 실제 마음은 어떨까?

발라판 2020. 11. 23. 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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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살 편식쟁이와 타협한 이야기 (feat. 병설유치원 식단표 충격)

아이 가진 모든 엄마 아빠의 고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밍밍이는 지금 6살인데, 맛있는 것과 먹기 싫은 것이 뚜렷해지는 시기인가 보다.

나는 사실 뭐든 아무거나 다 잘 먹었는데, 와이프 얘기를 들어보니 어렸을 때 파, 양파는 안 먹었었고 당근이나 오이도 스무 살 넘어서야 먹었다고 머쓱하게 얘기하는 걸 보면 DNA는 위대하다고 인정하게 된다. 서너 살 때는 밍밍이도 진짜 아무거나 다 잘 먹었다. 브로콜리를 또 달라고 배부를 때까지 먹던 아이였으니까.

자라나는 동안 편식을 하게 된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 그냥 언제부턴가 야채 종류는 거부하더니, 말도 더 잘하게 되면서부터는 왜 야채를 먹어야 하는가라는 심오한 질문을 (대답은 원하지도 않으면서) 수도 없이 던지고 있었다.

유치원 식단표를 보고 경악한 날

우리 부부가 본격적으로 바로잡아야겠다고 생각한 계기는 아이가 유치원에 다니면서부터다. 밍밍이 유치원은 초등학교와 붙어있는 병설유치원인데, 아이 식단표를 보고는 나와 와이프 둘 다 경악을 금치 못했다.

"유치원이 뭐 어때서"라고 하는 주변 친구 아빠들한테 3일 동안의 메뉴를 말해주면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그럴 수도 있겠다고 한다.

  • 월요일: 육개장
  • 화요일: 해장국
  • 수요일: 순댓국

내가 오늘 먹은 메뉴가 아니라, 6살 아이 유치원 메인 메뉴다.

사립유치원에 비해 프로그램이 별로 없는 병설유치원을 그동안 "너무 재미있다"며 다니던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가기 싫다고 했다. 이유는 밥이었다. 먹는 것 때문에 유치원에 가기 싫다는 건 잘못된 거라며 강제로 보낼 수도 있었지만, 안 가겠다고 한 그날은 정말 보내지 않았다.

대신 "담당 선생님한테 안 먹어도 먹으라고 하지 말아 달라고 말해줄게. 아예 수저통을 가져가지 마, 아침을 많이 먹고 가서 점심은 먹지 마"라고 말해주면서, 밍밍이가 스스로 가겠다고 하면 늦게라도 데려다주겠다고만 했다. 결국 11시쯤 스스로 가겠다고 말했고, 다녀와서 "정말 먹기 싫은 건 안 먹었다"며 씩씩하게 얘기했다.

강제로 시키지 않은 이유

우리가 유치원 가는 부분에 강제성을 갖지 않았던 이유는 매우 심플했다. 먹기 싫은 음식을 억지로 먹거나, "나는 야채를 잘 못 먹는 아이구나"라며 아이가 불필요한 패배감을 느낄까 봐였다. 어른들 느낌으로는 별거 아닌 점심 한 끼지만, 아이가 거기서 얼마만큼의 스트레스를 받는지 우리는 정확히 모르니까.

그래서 고민 끝에 편식하는 아이와 타협하기로 했고, 조건은 이랬다.

아침 — 식판에 음식을 담아주지 않고, 먹고 싶은 메뉴만 가져다 먹되 남기지 않는다. 뷔페식이다. (밍밍: 오케이)

점심 — 집이든 유치원이든 먹고 싶은 만큼만 먹는다. 다 남겨도 상관없다. 안 먹는 게 잘못하는 건 아님을 기억해라. (밍밍: 오케이)

저녁 — 식판에 엄마 아빠가 주는 음식을 남기지 않고 다 먹는다, 야채 포함. (밍밍: 오케이)

결과는 대성공

겉으로 보기엔 무신경하게 놔두는 것 같고, 한창 자라는 아이 건강을 저렇게 놔둬도 될까 걱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밍밍이가 즐겁게 식사하기를 바랐고, 먹기 싫은 음식을 먹지 않는 게 잘못이 아니라는 걸 꼭 알아주길 기대했으며, 약속한 저녁 식사는 책임감을 갖고 다 먹어줄 거라 믿었다.

아침, 점심에 본인 의견을 반영해주자, 저녁 먹을 때 밍밍이는 안 먹던 시금치, 김치, 큰 미역, 파, 양파, 호박까지 종류 불문 모든 야채를 말 그대로 책임감 있게 맛있게 먹는다. 첫날 아이가 우리와 한 약속을 지키던 그 순간은 정말 짜릿했고, 우리 둘 다 아직도 그 순간을 기억하고 있다. (가끔 일부러 외식하러 가자고 할 때도 있지만, 나가서도 예외는 없다.)

요즘은 아침에 일어나면 이유 없이 징징거리던 아이와 부캐 놀이가 한창이다. 이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공유하고 싶다.

아이는 아무 잘못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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