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일기

기억에 남는 쓰레기 줍기 이야기

발라판 2021. 4. 19.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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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깨끗했던 공원. 그래도 한봉지 가득 쓰레기를 주웠다.

아이랑 쓰레기 줍기, 4주 차에 있었던 일들

주말마다 쓰레기를 주우러 다닌 지 4주 차다. 매번 새로운 장소로 나가다 보니 그때그때 다른 일들이 생긴다. 지난 3주간 있었던 일을 기록해둔다.

1주 차 — 생각보다 깨끗했던 공원

아침 일찍 집 주변 공원으로 쓰레기를 주우러 갔다. 쓰레기가 너무 많을까 봐, 사람 많은 곳이라 신경 쓰일까 봐 걱정했는데, 놀랍게도 공원은 생각보다 깨끗했다. 드문드문 담배꽁초가 떨어져 있을 뿐, 집게 들고 나온 우리가 머쓱할 정도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따로 공원을 청소하시는 분이 계셨다. 우리를 보고 활짝 웃어주셔서 우리도 파이팅이라고 소리쳐드렸다. 생각보다 깨끗한 공원이었지만, 그래도 한 봉지 가득 쓰레기를 채웠다.

2주 차 — 밍밍이가 먼저 정한 장소

이날은 비가 많이 왔다. 며칠 전 하원길에 밍밍이가 엄마한테 "유치원 가는 길에 쓰레기가 너무 많아! 다음엔 여기로 쓰레기 주우러 가자!"라고 말했다고 한다. 기특했다. 그런데 막상 그날 비가 추적추적 오니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됐다. 오히려 내가 고민하는 사이 밍밍이가 손을 끌고 무조건 가자고 했다.

그날 주운 쓰레기의 80% 정도는 담배꽁초였다. 밍밍이네 유치원은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이고 아파트 단지 출입로와 맞닿아 있어서, 흔히 말하는 초등학교 품은 아파트 자리였다. 그런데 그 초품아 명성이 무색하게 아이들 다니는 길에 담배꽁초가 정말 많이 떨어져 있었다. 이걸 주우면서 "이건 원래 아파트 주민들이 치워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에 괜히 화도 나고, 내가 왜 이걸 줍고 있나 싶기도 했다. 그래도 밍밍이는 다 줍기 전까지는 자리를 뜨려 하지 않았다.

3주 차 — 아파트 흡연 구역에서 있었던 일

3주 차엔 우리 아파트 주변을 돌면서 쓰레기를 주웠다. 우리가 사는 아파트는 금연 아파트로 지정돼 있어서 단지 내 흡연이 금지돼 있다. 그래서 다들 단지 바로 바깥쪽 가로수 밑에서 담배를 많이 피운다.

이날도 "이걸 내가 왜 주워야 하나" 싶은 마음으로 단지 외곽 흡연 구역에 버려진 담배꽁초를 줍고 있었다. 정말 많았다. 그런데 아파트 주민으로 보이는 아저씨 한 분이 담배를 입에 문 채 다가왔다. 7살 아이와 성인이 집게를 들고 꽁초를 치우고 있는 걸 보고 잠시 머뭇거리더니, 두세 걸음 옆으로 옮겨 담배를 꺼내 피우기 시작했다.

마음이 불편했던 건, 저분이 조금 뒤 방금 우리가 치운 그 자리에 다시 꽁초를 버릴 게 뻔했기 때문이다. 밍밍이 앞에서 그 장면을 보게 하고 싶지 않아서, 서둘러 다른 쪽으로 가자며 아이를 이끌었다. 가다가 슬쩍 돌아보니 역시나, 방금 치운 자리에 탁탁 털어서 꽁초를 버리고 있었다.

그날 이후로 앞으로는 아파트 단지 주변으로는 쓰레기를 주우러 가지 않기로 속으로 다짐했다.

그래도 계속하는 이유

이런 순간들이 있었지만, 밍밍이는 여전히 주말마다 "이번엔 어디로 가?"라고 먼저 묻는다. 어른인 나조차 가끔 회의감이 드는 일을 아이가 오히려 끝까지 하자고 이끌어줄 때, 이 활동을 시작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이 우리 뜻대로 깨끗해지진 않겠지만, 적어도 밍밍이한테는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해본다"는 감각이 조금씩 쌓이고 있는 것 같다.

아이는 아무 잘못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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