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어느 유치원을 보내야 할지 고민했던 이야기

해외에서 유치원 고르던 이야기 (feat. 후보 3곳 비교기)
지난 글에 이어서, 오늘은 밍밍이가 외국에서 지낸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밍밍이가 외국에 나가 생활하게 된 건 48개월이 채 안 됐을 때였다. 한국 나이로는 5세, 미국 나이로는 3살쯤이었다.
와이프와 밍밍이가 도착하기 전, 나는 먼저 집을 구해야 했다. 고려해야 할 건 근무지와의 거리, 생활환경, 그리고 밍밍이가 다닐 유치원과의 거리였다. 이런 걸 보면 한국이나 외국이나 부모 마음은 다 똑같은 건가 싶었다. 결국 유치원부터 정하는 게 순서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집 없이 계속 호텔 생활을 할 수는 없어서 큰 주택단지 주변으로 거처를 정하기로 했고, 유치원은 마지막 후보군 세 곳을 놓고 비교해봤다.
세 곳의 유치원, 각각의 장단점
A 유치원은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선생님이 가장 많았다. 네이티브 선생님이 메인이 되고, 영어 가능한 현지인 선생님이 보조를 맡는 구조였다. 특히 이 유치원은 학급마다 같은 국적 아이를 2명 이상 배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모국어 사용을 자연스럽게 줄여서 영어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다만 비용이 상당히 비쌌고, 집에서 차로 약 30분 거리였다.
B 유치원은 집에서 걸어서 5분이면 도착하는 곳이었다. 가까워서 우리도 아이도 편할 것 같았다. 원장 선생님의 영어 실력이 훌륭해서 믿음이 갔지만, 주변 엄마들 후기에 급식으로 비둘기 고기 같은 게 나온다는 얘기가 있었고, 영어권 국가 아이들보다 현지 아이들 비중이 더 높아 보였다. 비용은 A 유치원의 60% 정도였다.
C 유치원은 전 세계에 지점을 둔 유명 브랜드 유치원이었다. 교육 커리큘럼을 웹사이트로 학부모와 공유하고, 선생님 이력도 상세히 확인할 수 있었다. 시스템은 잘 갖춰져 있었지만, 집에서 편도 30분 정도 걸리는 등하원 시간과 매번 엄마가 직접 데려다주고 데리러 가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
A 유치원을 선택한 이유
집 계약을 더 미룰 수 없어서 집은 먼저 계약했고, 오랜 고민 끝에 유치원은 A를 선택했다. 비용 부담이 컸고, 국내에서 기관을 다녀본 적 없는 밍밍이가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적응 초반의 우여곡절
처음 유치원에 적응할 땐 우여곡절이 많았다. 영어를 못했던 밍밍이는 현지 보조 선생님 품에 안겨서(거의 붙잡힌 것에 가까웠다) "엄마! 엄마한테 가자! 엄마한테 가자!"라며 울부짖었고, 매일 아침마다 유치원에 안 가겠다고 울고 또 울었다. 엄마한테는 다른 곳에 가지 말고 유치원 화단 앞, 본인이 보이는 자리에 꼭 앉아 있으라고 하기도 했다. 하원해서 집에 돌아오면 마치 첫 출근한 직장인이 퇴근 후 투정 부리듯 엄마 아빠한테 잔뜩 투정을 부리곤 했다. 힘들었지만 그 모습이 귀엽기도 했다.
몇 달 뒤 찾아온 신기한 변화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 밍밍이가 유치원 친구들 이름을 얘기하기 시작할 때쯤 우리는 또 한 번 놀랐다. "아빠, 학교에 내 친구 마리아나 있는데 우크라이나에서 왔고 제일 친한 친구야"라고 서툰 영어로 친구들 이름과 출신 국가를 얘기하기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영어로 장난치며 놀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영어가 한국어보다 편하다며, 즐겨 보던 넷플릭스 만화를 영어로만 보기 시작했다. 지금 물어봐도 그때 친구들 이름을 여전히 다 기억하고 있다.
다양한 국적 친구들 속에서 배운 영어
6개월 정도 다니고 나서 알게 된 사실인데, 밍밍이가 다닌 유치원에는 정말 다양한 국적의 아이들이 있었다. 대충 같은 반만 봐도 베트남, 한국, 일본, 중국, 우크라이나, 이탈리아, 네덜란드, 남아공, 인도에서 온 아이들이 있었고, 유치원 전체적으로 국적별 최대 2명 배정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었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정말 고마운 시스템이었다. 같은 언어를 쓰는 아이들끼리 모이면 자연스럽게 모국어로 얘기하게 될 테니, 영어 노출 효과가 떨어졌을 거란 생각이 든다.
이 유치원에는 '영어를 배우는 시간'이 따로 없었다. 대신 아이들끼리 있을 때조차 영어로 듣고 말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으로 그걸 보완했다. 사실 이게 맞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생각해보면 한국 유치원에도 "한국어 말하는 법"을 따로 가르치는 시간은 없지 않은가. 밍밍이는 그런 환경 속에서(어린 나이에 조금 미안하기도 했지만) 마치 모국어를 배우듯 놀면서 영어 말하기를 익혀갔다.
지금도 그리운 그곳
한국에 돌아온 지 얼마 안 됐을 때는 유치원 친구들이 보고 싶다며 사진을 방에 붙여놓고, 있었던 일들을 한두 개씩 얘기하곤 했다. 지금은 그 기억이 많이 흐려진 것 같지만, 나와 와이프는 지금도 그 유치원을 종종 그리워한다. 거친 행동을 하는 아이도, 편을 갈라 다니는 아이들도 없었던, 그곳 분위기와 반 친구들 얼굴 하나하나가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있다. 마리아나, 소피, 살바도르, 벤... 반 친구들 이름을 우리가 아직도 기억하고 있을 만큼, 그만큼 좋았던 시간이었다.
아이는 아무 잘못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