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 — 사람다움이란 무엇인가

공자가 서 있던 자리 — 혼란한 시대에 질서를 묻다
지금까지 서양 철학자들을 다뤄왔다면, 이번엔 동양으로 눈을 돌려보려 한다. 그 첫 자리에 공자가 있다. 공자는 약 2500년 전, 중국의 춘추전국 시대를 살았던 사람이다.
그가 살던 시대는 이름 그대로 혼란의 시대였다. 작은 나라들이 끊임없이 전쟁을 벌였고, 기존의 질서와 도덕은 무너져 있었다. 힘이 곧 정의인 세상에서, 공자는 질문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것, 그리고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질서는 어떻게 세울 수 있는가. 서양 철학자들이 '진리란 무엇인가'를 물었다면, 공자의 질문은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맞춰져 있었다.
인(仁) —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
공자 사상의 핵심은 '인(仁)'이다. 한자를 보면 사람 인(人) 변에 두 이(二)가 붙어 있는데, 두 사람 사이의 관계를 뜻한다. 즉 인은 혼자서는 성립하지 않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오가는 마음이다.
공자는 인을 한마디로 정의하지 않았지만, 가장 간단하게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여기서 사랑은 막연한 감정이 아니라, 상대의 입장을 헤아리는 구체적인 마음이다. 공자는 이를 "내가 원하지 않는 일을 남에게 하지 말라"는 말로 표현했다. 내가 싫은 걸 남도 싫을 거라 여기는, 상대를 나처럼 헤아리는 마음이 바로 인이다.
예(禮) — 관계를 담는 형식
인이 마음이라면, '예(禮)'는 그 마음을 담아내는 형식이다. 흔히 예를 딸딸한 예절이나 형식적인 규범 정도로 생각하기 쉽지만, 공자가 말한 예는 훨씬 더 깊다. 사람 사이의 마음이 눈에 보이는 행동으로 드러나는 방식이 바로 예다.
예를 강조한 이유는, 아무리 좋은 마음이라도 적절한 형식으로 표현되지 않으면 전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부모를 아끼는 마음이 있어도 그걸 행동으로 표현하지 않으면 상대는 알 길이 없다. 마음과 형식은 서로 짝을 이루고 있어서, 둘 중 하나만 있으면 종종 거칠거나 공허해진다는 게 공자의 생각이었다.
다만 공자는 형식만 남고 마음이 빠진 예를 가장 경계했다. 속으로는 상대를 아끼지 않으면서 겉으로만 예의를 차리는 것은, 알매이 없는 빈 형식일 뿐이라고 보았다. 결국 예란 진심이 담겨야 빛을 발한다. 마음과 형식이 함께 갈 때, 곧 인과 예가 하나로 이어질 때 비로소 사람 사이의 관계가 온전해진다는 게 공자의 가르침이었다.
군자(君子) — 끊임없이 닦는 사람
공자가 제시한 이상적인 인간상은 '군자(君子)'다. 원래 군자는 신분이 높은 사람을 뜻했는데, 공자는 군자를 신분이 아니라 인격으로 정의했다.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게 아니라, 늘 자신을 닦고 성장하려 하는 사람이 군자라는 것이다.
공자가 군자를 설명한 말 중 유명한 게 "군자는 잘못을 자신에게서 찾고, 소인은 남에게서 찾는다"는 말이다. 일이 잘못되었을 때 남 탓을 하고 상황 탓을 하는 게 아니라, 먼저 자신을 돌아보는 태도를 공자는 군자의 조건으로 보았다.
군자가 인상적인 건, 완성된 상태가 아니라 끊임없이 나아가는 과정으로 그렸다는 점이다. 이미 다 이뤄서 멈춘 사람이 아니라, 평생에 걸쳐 자신을 닦아가는 사람. 앞서 다룬 사르트르식으로 말하면, 정해진 완성형이 있어서 거기에 도달하는 게 아니라, 매일의 노력으로 스스로를 만들어가는 존재가 군자라는 생각이다.
공자가 지금 우리에게 남기는 질문
공자를 서양 철학자들과 나란히 놓으면 결이 확연히 다르다. 서양 철학이 주로 '세상은 무엇인가', '진리란 무엇인가'를 다뤄왔다면, 공자는 시종일관 '사람 사이에서 어떻게 잘 살 것인가'를 물었다. 추상적인 진리보다, 일상의 관계와 태도에 깊이가 있다.
공자가 지금 우리에게 남기는 질문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겠다. "나는 내가 받기 싫은 걸, 남에게도 하지 않고 있는가." 내가 원하지 않는 걸 남에게 하지 말라는 이 단순한 원칙은, 2500년이 지난 지금도 인간관계의 기본으로 통한다.
또 하나는 자신을 돌아보는 태도다. 일이 잘못되었을 때, 나는 먼저 남을 탓하는가, 아니면 나를 돌아보는가. 공자는 군자라면 먼저 자신에게서 찾는다고 말했다. 물론 공자의 사상은 때로 질서와 위계를 지나치게 강조한다는 비판도 받는다. 그렇지만 '사람을 아끼는 마음을 형식으로 담아내라'는 그의 가르침은, 관계가 갈수록 가벼지기 쉬운 오늘날에 오히려 더 깊게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