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일기

매주 주말 아이랑 쓰레기를 주우러 나가는 이유

발라판 2021. 4. 15.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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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하든 장비가 일단 중요하다. 허리숙이면서 쓰레기를 줍는건 힘드니까.

매주 주말, 아이랑 쓰레기 주우러 다니는 이유

뭘 하든 장비가 일단 중요하다. 허리 숙이면서 쓰레기 줍는 건 힘드니까, 집게랑 장갑부터 챙겼다. 나랑 밍밍이는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중 하루는 쓰레기를 주우러 나간다. 그렇게 하기로 했다.

정해진 장소는 없다. 어느 날은 동네 공원으로, 어떤 날은 사는 아파트 주변으로 '쓰레기를 주우러' 간다. 내 기준에서는 특별한 이유가 없지만, 밍밍이한테는 아주 특별한 날이다.

시작은 자기 전에 읽어준 책 한 권이었다

우리가 일주일에 한 번 쓰레기를 줍기로 결정한 이유는, 자기 전에 읽어줬던 어떤 책 때문이었다. 사람들이 참치를 잡으려고 설치해놓은 그물에 돌고래가 걸려 죽고, 그 개체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유럽 어느 나라에서는 참치 캔을 먹지 말자는 운동이 있었고, 어떤 학교에서는 참치를 더 이상 급식 재료로 쓰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는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그날 그 책을 읽고 밍밍이는 한참 동안 잠들지 못했다. "왜 사람들이 돌고래를 잡아, 잡힌 돌고래를 발견하면 그물을 풀어주면 되잖아, 나는 이제부터 생선을 안 먹을래" 등등...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본인이 제일 좋아하는 돌고래가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 꽤 충격적이었나 보다. 직접 참치잡이 배 그물을 끊을 수는 없지만 돌고래를 도와줄 방법이 필요하다며, 밤을 새울 기세로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 밍밍이를 재우기 위해(라고 하면 이유가 좀 하찮아 보이지만) 내가 제시한 해결책은 이거였다.

"우리 둘이 바닥에 떨어진 쓰레기를 치우면, 그 쓰레기라도 바다로 안 가서 돌고래들이 좋아하지 않을까?"

그렇게 시작된 게 매주 주말 쓰레기 줍기다. 사실 나도 안다, 이게 돌고래를 직접 돕는 것과는 별 상관이 없다는 걸. 바다에 가서 줍는다면 모를까. 그래도 어느 책에서 읽었던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문구처럼, 일단 그렇게 하기로 했고 그렇게 하고 있다.

산으로 강으로, 활동 범위를 넓혀볼 계획

벌써 3주 차다. "이렇게나마 돌고래를 도와주자"는 식의 접근이 아니라, 주말에 쓰레기 줍는 게 습관이 된 다음엔 산, 강, 바다, 들판으로 활동 범위를 넓혀갈 생각이다. 예를 들어 "산으로 쓰레기 주우러 가자"고 하면 그게 동네 뒷동산이 될 수도 있고, 지리산이나 한라산이 될 수도 있는 거다. '쓰레기를 줍는다'는 단순한 주제에서 장소와 위치만 바꿔가며 이걸 계속 확장시켜볼 계획이다.

밍밍이 입장에서는 어린 마음에 아빠가 하자고 하니까 그냥 따라 하는 걸 수도 있고, 조금만 더 크면 "쓰레기 줍는 게 뭐가 중요하냐"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나는 밍밍이가 어려서부터 성인 무렵까지 꾸준히 뭔가를 해낸다면(남이 보기엔 사소한 일이라도) 그게 나중에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주변을 살필 줄 아는 사람이 되는 데 분명 도움이 될 거라고 믿는다.

요즘 드는 고민

요즘 바다나 환경 관련 뉴스를 접할 때마다, 밍밍이한테 이런 복잡한 세상 이야기를 어디까지 어떻게 설명해줘야 할지 고민이 될 때가 있다. 아직은 아이가 이해하기엔 이르다고 생각해서, 스스로 궁금해하고 물어볼 때까지는 조금 미뤄두고 있다.

그저 지금은 주말마다 밍밍이 손을 잡고 집게로 쓰레기를 줍는 이 시간이, 나중에 아이 마음속에 어떤 형태로든 남아있길 바랄 뿐이다.

아이는 아무 잘못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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