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시트 거부하는 아이
차만 타면 등을 뒤로 젖히던 아이
외출할 때마다 카시트에 앉히는 게 큰일이었다. 안으려고만 해도 몸을 뒤로 젖히고 발버둥을 쳤다. 겨우 앉혀서 벨트를 채우면 그때부터 울음이 시작됐고,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그치지 않는 날도 많았다. 짧은 거리를 갈 때도 마음의 준비가 필요할 정도였고, 운전하는 내내 백미러로 우는 얼굴을 봐야 하는 게 고역이었다.
억지로 앉히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어 보였다
안전과 직결된 문제라 협상의 여지가 없었다. 그래서 처음 몇 달은 그냥 울든 말든 카시트에 앉히고 출발했다. 매번 마음이 무거웠지만, 다른 방법을 찾지 못한 채로 시간만 흘러갔다.
이유를 짐작만 하다가 직접 물어봤다
말이 좀 트인 뒤에야 왜 그렇게 싫어하는지 물어볼 수 있었다. 돌아온 답은 의외로 단순했다. "답답해"였다. 벨트가 가슴을 조이는 느낌 자체가 싫었던 거다. 안전을 위해 필요하다는 논리적인 설명보다, 그 답답함 자체를 어떻게든 줄여줄 방법이 필요했다. 몇 달 동안 그냥 성격이 예민해서 그런가 보다 짐작만 하고 있었는데, 직접 물어보고 나서야 훨씬 구체적인 원인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카시트에 좋아하는 걸 채워줬다
그래서 카시트 자리 자체를 좋아하는 공간으로 만들어주려고 했다. 좋아하는 인형을 카시트 옆 고리에 매달아두고, 손이 심심하지 않게 작은 장난감도 하나 쥐여줬다. 벨트를 채우기 직전에는 항상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줬다. 카시트에 앉는 순간과 즐거운 자극을 최대한 겹치게 하고 싶었다. 처음엔 그 노래가 나와도 여전히 울었지만, 며칠 반복되니 노래 전주만 들려도 살짝 진정되는 게 보였다.
미리 예고하는 것도 도움이 됐다
갑자기 "타자"라고 하는 대신, 외출 준비하면서부터 "이따가 차 타고 마트 갈 거야, 노래 들으면서 가자"처럼 미리 알려줬다. 예고 없이 안겨서 카시트에 앉혀지는 것보다,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앉는 게 훨씬 저항이 적었다. 신발을 신기면서, 현관을 나서면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 계속 같은 말을 반복해주니, 카시트 앞에 도착할 때쯤엔 이미 마음의 준비가 된 상태였다.
몇 달 뒤 지금은
여전히 가끔 칭얼대긴 하지만, 예전처럼 격하게 울며 거부하지는 않는다. 차에 타자고 하면 스스로 카시트 쪽으로 걸어가서 앉는 날도 늘었다. 돌아보면 안전을 위한 규칙이라고 해서 아이의 불편함까지 무시해도 되는 건 아니었다. 지켜야 할 건 지키면서도, 그 안에서 아이가 덜 힘들 수 있는 방법을 같이 찾아주는 게 순서였다.
돌이켜보면 처음 몇 달은 "안전이 우선이니까 어쩔 수 없다"는 생각으로 아이의 반응 자체를 그냥 참고 넘겼다. 그런데 안전과 편안함이 반드시 양립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 규칙은 그대로 지키면서도, 그 규칙을 덜 힘들게 받아들이도록 도와줄 여지는 늘 있었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