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일기

안경 쓰기 싫어하는 아이

발라판 2026. 9. 8.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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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력검사 결과를 받고 나서

학교 정기 시력검사에서 한쪽 눈이 많이 나쁘다는 통보를 받았다. 안과에 데려가서 정밀검사를 받았고, 결국 안경을 맞추게 됐다.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안경을 써보라고 하면 몇 초 쓰다가 바로 벗어버렸다. 안경테를 고를 때만 해도 신나 했는데, 막상 도수 렌즈를 낀 안경을 받아 들자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안경점에서 함께 고른 도수

렌즈 도수를 맞추는 과정도 생각보다 아이한테는 낯선 경험이었다. 여러 렌즈를 번갈아 끼워보며 "이게 더 잘 보여, 저게 더 잘 보여?"를 반복해서 물어보는 검사 자체를 힘들어했다. 검사하는 선생님이 아이 눈높이에 맞춰 천천히, 게임하듯 진행해주셔서 그나마 수월하게 끝났다. 검사가 끝나고 나서는 "나 이제 잘 보여?"라고 몇 번이나 확인하듯 물었다.

"답답해"라는 말 뒤에 숨은 이유

처음엔 그냥 답답해서 싫어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자세히 물어보니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애들이 놀릴까 봐"였다. 반에 안경 쓰는 친구가 거의 없다 보니, 자기만 다르게 보일까 봐 걱정하고 있었던 거다. 안 그래도 낯선 물건을 얼굴에 쓰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데, 거기에 친구들 시선까지 더해지니 이중으로 힘들었던 셈이다.

캐릭터 안경으로 접근을 바꿨다

그래서 기능만 보고 고르던 방식을 바꿨다. 아이가 좋아하는 캐릭터가 그려진 안경테를 직접 고르게 했다. 안경점에서 몇 개를 써보게 하고, 거울 보면서 스스로 마음에 드는 걸 선택하게 했다. 본인이 직접 고른 디자인이라는 게 중요한 포인트였다. 처음엔 여러 개를 써보면서도 계속 벗으려 했는데, 마지막에 캐릭터 그림이 있는 테를 발견하고는 표정이 확 달라졌다. "이거 괜찮은데?"라며 거울 속 자기 모습을 한참 들여다봤다.

집에서부터 천천히 적응시켰다

학교에 바로 쓰고 가라고 하지 않고, 집에서 TV 볼 때나 책 읽을 때부터 조금씩 써보게 했다. 하루 30분에서 시작해서 점점 시간을 늘려갔다. 답답함에 익숙해질 시간을 충분히 준 셈이다. 처음 며칠은 30분도 못 채우고 벗었지만, 일주일쯤 지나자 몇 시간씩 쓰고도 별다른 불편함을 호소하지 않았다. 눈이 안경 도수에 적응하는 시간도 필요했겠지만, 그만큼 얼굴에 뭔가를 걸치고 있는 느낌 자체에 익숙해지는 시간도 필요했던 것 같다.

친구들 반응이 생각보다 좋았다

며칠 뒤 처음 안경을 쓰고 등교한 날, 걱정과 달리 친구들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멋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신나서 얘기했다. 그 뒤로는 스스로 안경을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등교 전 그렇게 벗으려고만 하던 아이가, 하원하고 와서는 오늘 안경 쓰고 있던 이야기를 먼저 재잘재잘 늘어놓을 정도였다.

지금은 이렇게 됐다

이제는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안경부터 찾는다. 안 쓰면 오히려 답답하다고 말할 정도다. 돌이켜보면 기능이나 편의성보다 먼저 다뤄줘야 했던 건 친구들 시선에 대한 걱정이었다. 아이가 뭔가를 거부할 때, 그 표면적인 이유 너머에 다른 진짜 이유가 있을 수 있다는 걸 이번에 다시 배웠다.

안경점에서 처음 도수를 맞출 때, 사실 나도 내심 "그냥 얼른 씌우면 적응하겠지"라고 안일하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아이 입장에서는 시력 교정이라는 실용적인 문제보다, 친구들 사이에서 달라 보이는 것에 대한 불안이 훨씬 크게 다가왔던 거다. 어른 눈에는 사소해 보이는 걱정이라도, 아이한테는 그게 가장 큰 장벽일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겠다.

지금도 가끔 안경 쓴 친구가 반에 몇 명이나 되는지 세어보며 얘기하는 걸 보면, 여전히 또래와 비교하는 마음이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닌 것 같다. 그래도 예전처럼 그 비교가 불안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결국 아이한테 필요했던 건 안경 자체에 대한 설득이 아니라, 그걸 쓴 자기 모습을 스스로 괜찮게 여길 수 있는 시간과 계기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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