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 책과 영화. 책읽기 동기부여

책 한 권 끝내면 영화 한 편, 해리포터로 시작한 규칙
우리 딸아이가 12세가 되면서 볼 수있는 영화의 스펙트럼이 매우 넓어졌다. 올해 여름은 유난히도 더웠고 낮엔 도무지 어딜 나갈수도 없어서 ott를 돌아다니면서 어떤 영화를 같이 보면 좋을지 고민해 보았다. 그러던 중에 정말 우연히도 해리포터 1의 예고편을 보게되었다. 이거다 싶어서 아이손 붙잡고 무작정 도서과으로 갔고, 해리포터 원서 1권을 무심하게 빌려서 딸아이가 자주 보는 책장엥 꼽아 두었다.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졌고 조금 씩 읽기 시작하더니 푹 빠져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안그래도 요즘 아이가 요즘 부쩍 긴 책 읽는 걸 힘들어했었다. 그림책 수준을 넘어서는 챕터북만 나오면 몇 장 넘기다 금방 다른 걸로 눈을 돌리곤 했다. 그러다 문득 해리포터 영화를 같이 보여주면서 규칙을 하나 만들어봤다. "1권 다 읽으면 영화 1편 보고, 2권 다 읽으면 영화 2편 보는 거야."
처음엔 그냥 지나가는 말이었다
사실 큰 기대 없이 던진 제안이었다. 그런데 아이가 의외로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그날부터 자기 전에 몇 페이지라도 꼭 읽으려고 했고, "오늘 몇 페이지 읽었어?"를 묻지 않아도 스스로 진도를 확인했다. 영화라는 확실한 보상이 눈앞에 있으니, 책 읽는 행위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확 줄어든 것 같았다. 예전 같으면 몇 장 읽다 말고 다른 책으로 갈아타던 습관이 있었는데, 이번엔 끝까지 읽어야 다음 보상이 온다는 걸 알아서인지 중간에 포기하지 않았다.
완독 후 보는 영화의 무게가 달랐다
1권을 다 읽고 처음 영화를 보던 날, 아이 반응이 인상적이었다. 이미 아는 이야기인데도 훨씬 몰입해서 봤다. 책에서 상상했던 장면이 실제 영화에서 어떻게 그려지는지 하나하나 비교하며 봤다. "나는 이 장면 이렇게 상상했는데"라며 신나서 얘기하는 모습을 보니, 단순히 영상을 보여주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경험이라는 걸 느꼈다.
책을 읽은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깊이를 우리들 중에 딸아이만 느끼고 있었다. 책과 표현 방식이나 인물의 묘사가 다른 경우는 책을 뒤져가면서 우리 눈에 가져오면서 여기선 이랬는데 라며 흥분하며 말했다.
주말엔 온 가족이 함께 봤다
평일엔 퇴근하고 와서 와이프와 셋이 거실에 모여 봤고, 주말엔 좀 더 여유 있게 낮 시간을 잡아서 봤다. 팝콘까지는 아니어도 간단한 간식을 준비해서 분위기를 냈다. 아이 혼자 보는 게 아니라 온 가족이 같이 몰입하는 시간이 되니, 영화 자체가 그냥 오락이 아니라 가족이 함께 만드는 이벤트처럼 느껴졌다. 하루 종일 각자 일과에 치여있다가도, 그 시간만큼은 셋이 나란히 앉아 같은 걸 보고 같은 장면에서 같이 웃는다는 게 생각보다 큰 즐거움이었다.
절대 누구하나 먼저 보려고 하지 않았고 딸아이가 책을 다 읽을 때까지 기다렸다. 그렇게 한권 한권 읽어 낼 때마다 '내가 책을 다읽어야 우리 가족이 함께 영화를 볼 수 있다'라는 어떤 사명감 같은게 느껴질 정도였다.
다음 권을 스스로 집어 들었다
영화를 보고 나면 신기하게도 다음 권을 스스로 집어 들었다. "다음엔 뭐가 나와?"라는 궁금증이 자연스럽게 다음 책으로 이어졌다. 예전 같으면 다음 챕터북을 손에 쥐여주는 것 자체가 실랑이였는데, 지금은 오히려 먼저 찾아서 읽는다.
지금 드는 생각
처음엔 그냥 눈앞의 문제(긴 책 읽기 힘들어함)를 해결하려고 시작한 규칙이었는데, 결과적으로 가족이 함께 보내는 시간까지 자연스럽게 늘어났다. 책과 영화를 번갈아 가며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해가는 경험 자체가, 읽기 습관보다 더 값진 걸 남겨준 것 같다. 비슷한 시리즈를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면, 이 방식 한번 시도해보시길 추천드리고 싶다.
시리즈가 길다는 것도 의외로 장점이었다. 한 번에 끝나는 이야기였다면 금방 흥미가 식었을 텐데, 다음 권과 다음 편이 계속 이어지니 그 기대감 자체가 꾸준히 책을 붙잡게 만드는 동력이 됐다. 당분간은 이 루틴을 그대로 이어가면서, 시리즈가 끝날 때쯤엔 또 다른 책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길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