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저학년 수학 자신감 갖기

"나 수학 못하나 봐" 처음 들은 그 말
2학년 때까지만 해도 수학이 제일 재밌다던 아이가, 3학년 올라가더니 갑자기 "나 수학 진짜 못하나 봐"라고 말했다. 점수가 크게 떨어진 것도 아닌데 이 정도로 자신감이 꺾인 게 의아했다. 알고 보니 분수가 나오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알림장에 적힌 그날 배운 단원을 보고서야, 시기가 정확히 맞아떨어진다는 걸 알았다.
나도 어렸을 때 수학을 못했다. 자연스럽게 싫어했고 '수포자'의 길을 걸었었다. 물론 지금 먹고사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한테도 굳이 수학 공부에 대한 노력을 강요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다.
구구단까지는 자신 있어 하던 아이였다
곱셈, 나눗셈까지는 곧잘 따라가던 아이였다. 그런데 분수 개념이 나오면서 갑자기 벽을 느낀 것 같았다. 숫자 하나로 표현되던 게 갑자기 두 개의 숫자로, 그것도 관계로 표현되니 헷갈려하는 게 눈에 보였다. 문제는 이 하나의 단원에서 막힌 게 "나는 수학을 못한다"는 전체적인 자기 평가로 번져버린 거였다. 시험지 점수는 크게 나쁘지 않았는데도, 본인 스스로 느끼는 좌절감이 점수보다 훨씬 컸다.
좌절감. 이부분이 우리가 용납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좋아하지 않는 것과 못하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다 자라 성인이 되고나서 깨우친 것이지만 수학을 싫어하던 그 시절 나는 해 보지도 않고 포기했던게 분명했다.
문제 풀이보다 먼저 그림으로 설명했다
바로 문제집을 더 풀리기보다, 일단 숫자를 떠나서 그림으로 개념부터 다시 짚었다. 피자 한 판을 그려서 조각내고, 실제로 종이를 접어 나누면서 분수가 뭘 의미하는지부터 손으로 만져보게 했다. 추상적인 숫자보다 눈에 보이는 사물로 시작하니 확실히 이해도가 달라졌다. 종이를 반으로, 또 반으로 접으면서 "이게 2분의 1, 이게 4분의 1"이라고 직접 손으로 확인하니, 그동안 헷갈려하던 개념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는 눈치였다.
"못한다"는 말에 반박하지 않았다
아이가 "나 수학 못해"라고 할 때 처음엔 "아니야, 잘하잖아"라고 반박했는데, 그 말은 전혀 위로가 안 됐다. 대신 "이 단원이 좀 어렵긴 해, 다른 애들도 많이 헷갈려 하는 부분이야"라고 그 어려움 자체를 인정해줬다. 본인만 유독 못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려주는 게 오히려 더 도움이 됐다. 다들 어려워하는 부분이고 연습하면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매우 덤덤하게 심각하지 않은 반응으로 지속적으로 이야기 해 주었다.
매일 조금씩, 쉬운 것부터 다시
한동안은 학년 진도를 따라가지 않고, 쉬운 분수 문제부터 다시 시작했다. 이미 아는 내용을 복습하듯 풀면서 "이건 맞았지, 이것도 맞았지"라는 성공 경험을 먼저 쌓아줬다. 자신감이 조금 붙은 뒤에야 조금씩 어려운 문제로 넘어갔다.
두 달쯤 지난 지금
지금은 분수 문제를 봐도 예전처럼 얼어붙지 않는다. 여전히 어려운 문제는 시간이 걸리지만, "이건 어려운 문제니까 시간 걸리는 게 당연해"라고 스스로 말하는 모습도 보인다. 한 단원에서의 좌절이 전체 과목에 대한 자신감으로 번지지 않게, 그 순간 어떻게 반응해주느냐가 생각보다 중요하다는 걸 이번에 배웠다.
처음 "나 수학 못하나 봐"라는 말을 들었을 때, 별거 아니라고 넘길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지 않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한 단원에서의 어려움이 과목 전체에 대한 인식으로 굳어지기 전에, 그 시점에 개입하는 게 생각보다 중요한 타이밍이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나는 아이들한테 수학은 하나의 학문, 배워야 하는 것이라고 표현하지 않는다. 적어도 초등학생 때 까지는 수학 문제를 푸는 기술을 연마하는 기간이라고 이야기 해준다. 기술을 배우는데 시간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