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일기

목욕 싫어하는 아이

발라판 2026. 9. 2.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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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실 문 앞에서부터 시작되는 울음

저녁마다 목욕 시간이 다가오면 아이가 먼저 눈치를 챘다. 욕실 쪽으로 데려가려고만 해도 몸을 뒤로 젖히며 울기 시작했다. 겨우 욕조에 앉혀도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어서, 머리 감기는 건 거의 전쟁 수준이었다. 매일 저녁 온몸이 땀에 젖도록 씨름하고 나면, 정작 씻긴 나 자신이 더 씻어야 할 지경이었다.

물이 무서운 게 아니었다

처음엔 물 자체를 무서워하는 줄 알고 목욕 장난감을 잔뜩 사줬다. 그런데 반응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자세히 관찰해보니 물이 아니라 머리에 물이 닿는 순간, 특히 눈에 물이 들어갈까 봐 그 순간을 극도로 무서워하는 거였다. 몸 씻는 건 오히려 잘 참는 편이었다. 예전에 샴푸 거품이 눈에 들어가서 크게 울었던 기억이 있는데, 그 이후로 계속 그 순간만 유독 경계하고 있었던 것 같다.

순서를 완전히 바꿔봤다

그래서 머리 감기를 맨 마지막이 아니라 아예 따로 떼어냈다. 몸을 먼저 편하게 씻기고 놀게 한 뒤, 머리는 별도로 짧게 끝내는 방식으로 바꿨다. 머리 감을 때는 아이용 물안경을 씌워주고, 이마에 물이 흘러내리지 않게 목욕 전용 챙 모자도 써봤다. 도구 하나 바꿨을 뿐인데 눈에 물 들어갈까 봐 하던 걱정이 눈에 띄게 줄었다. 처음엔 물안경 쓰는 것 자체도 낯설어했지만, 며칠 반복하니 오히려 그 물안경을 스스로 챙겨오는 모습까지 보였다.

숫자를 세며 예측 가능하게 만들었다

머리 감기는 시간 자체가 짧아도 아이한테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게 더 무섭다는 걸 알고 나서, "다섯 셀 동안만 헹굴게"라고 미리 알려주고 숫자를 소리 내어 세면서 진행했다. 언제 끝나는지 미리 알고 있으니 버티는 힘도 확실히 달라졌다. 처음엔 다섯도 길다며 울먹였지만, 매번 정확히 다섯에서 멈춘다는 걸 경험으로 확인하고 나서는 그 숫자 세는 소리 자체가 안심하는 신호처럼 됐다.

목욕 자체를 놀이로 바꿨다

머리 감기가 끝나면 바로 욕실에서 나오지 않고, 좋아하는 물놀이 장난감으로 몇 분 더 놀게 해줬다. 힘든 순간 뒤에 곧바로 즐거운 시간이 이어진다는 걸 반복해서 경험하게 하고 싶었다. 목욕 = 힘든 것만 있는 시간이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었던 거다.

지금은 이렇게 달라졌다

요즘은 목욕 얘기를 꺼내도 예전처럼 울지 않는다. 머리 감을 때 여전히 살짝 긴장하긴 하지만, "다섯 셀 동안만"이라고 하면 스스로 눈을 꼭 감고 버틴다. 돌아보면 물 자체가 문제라고 짐작하고 장난감만 늘렸던 처음 접근은 방향이 틀렸었다. 정확히 무엇이 무서운지 알아내고 나서야, 그에 맞는 해결책이 보였다.

돌이켜보면 며칠 동안 이런저런 장난감을 사다 나르면서도 정작 왜 그렇게 우는지는 제대로 물어본 적이 없었다. 아이가 유독 거부하는 순간이 있다면, 그 순간을 더 자세히 관찰하는 게 좋은 장난감을 사주는 것보다 먼저였다는 걸 이번에 다시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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