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용돈 관리

용돈을 정해주기로 했다
우리 딸은 물욕이 별로 없다. 어렸을 때 마트나 장난감 가게엘 가도 무언가를 사달라고 뗴를 쓰거나 울며 매달린 적이 단 한번도 없다. 그래서 그런지 브랜드 세일을 하거나, 예쁜 옷 신발등을 발견하면 내가 그냥 사이즈 맞춰서 사주었다. 그러면 또 취향이 까다롭지도 않은 편이라 주는대로 잘 입었다. 그러다 문득 "이러다 돈 개념 자체를 못 배우겠다" 싶어서 정기 용돈으로 바꾸기로 했다. 지갑에서 돈을 꺼내 물건을 사주면서도, 정작 이 돈이 어디서 나오고 얼마나 소중한지는 전혀 가르쳐주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를 줘야 할지부터 막막했다
가장 먼저 부딪힌 문제는 금액이었다. 또래 친구들은 얼마씩 받는지 슬쩍 물어봤는데, 집집마다 차이가 커서 기준을 잡기가 어려웠다. 결국 나이에 맞춰 대략적인 금액을 정하고, 대신 그 안에서 스스로 조율하게 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한 달 단위로 주되, 학용품처럼 꼭 필요한 지출과 순수하게 갖고 싶은 물건 지출을 나눠서 관리하게 했다. 금액 자체보다 그 안에서 스스로 우선순위를 정하는 연습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첫 달은 순식간에 다 써버렸다
첫 달 용돈을 주자마자 일주일 만에 다 써버렸다. 편의점에서 간식을 사 먹고, 문구점에서 필요 없어 보이는 물건도 몇 개 샀다. 남은 삼 주는 "돈 없어"를 반복하며 아쉬워했는데, 그때 추가로 주지 않고 그냥 그 상황을 겪게 뒀다. 돈이 떨어지면 못 산다는 걸 직접 경험하게 하고 싶었다. 마음이 약해져서 몇 번은 그냥 더 줄까 싶었지만, 여기서 예외를 만들면 다음 달에도 똑같이 반복될 것 같아서 참았다.
월단위로 용돈을 주니 금액이 조금 큰 것 같아서 1주일 단위로 용돈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물론 초기에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돈이 남아 과소비를 하기도 했고, 배달음식을 시킬때 딸이랑 니가사라 아빠가 사라 다투기도 했다.
가계부 대신 투명한 통을 썼다
숫자로 된 가계부는 아직 부담스러워해서, 대신 투명한 돈통 세 개를 준비했다. 하나는 '쓰는 돈', 하나는 '모으는 돈' 그리고 다른 하나는 '도움을 줄 돈' 이라고 이름 붙였다. 용돈을 받으면 그 자리에서 두 통에 나눠 넣게 했다. 눈에 보이는 돈의 양이 줄어드는 걸 직접 보니, 숫자로 된 장부보다 훨씬 체감이 잘 되는 눈치였다.
'도움을 줄 돈' 통은 나이 50을 향해가는 나의 오랜 경험을 통해서 만들게 되었다. '기부'라는게 쉬우면서도 어려운 문제라는 것을 나이를 먹어 가면서 더욱 느껴왔기에 어렸을 때부터 기부하는 습관을 들인다면 어떨까 싶어 추가하게 된 부분이다. 거창한 말로 '기부' 이지만 돈이 많던 적던 주변을 항상 살피고 도움을 주는 마음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실수해도 그냥 넘어갔다
두 번째 달에는 사고 싶던 걸 사놓고 며칠 만에 후회하는 일도 있었다. "괜히 샀나 봐"라고 말할 때 "그러게, 다음엔 신중하게 생각해보자" 정도로만 반응했다. 그 실수 자체가 돈을 어떻게 써야 할지 배우는 가장 좋은 재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번은 돈을 하나도 쓰지않고 전부 모았다. 이유를 물어도 대답을 하지 않길래 일정기간 모니터링을 해 보았더니, 굳이 본인 돈을 사용하지 않아도 우리가 마트에서 구매하는 간식, 과일 등으로 개인 소비는 절약이 가능한 것을 알고 있는 듯 했다. 결국에는 뭔가를 하려면 우리도 아이와 함께 해야 하는구나를 다시 한번 느꼈다.

적지 않은 시간이 흐르고
이제는 용돈을 받으면 바로 다 쓰지 않고, 사고 싶은 게 생기면 며칠 고민한 뒤에 결정한다. 모으는 돈 저금통도 꽤 묵직해졌다. 돌아보면 처음부터 완벽하게 관리하길 기대하지 않고, 실수하고 다시 조율하는 과정 자체를 지켜봐 준 게 제일 중요했던 것 같다. 돈 관리는 결국 몇 번 실패해봐야 몸에 익는 감각이라는 걸, 옆에서 지켜보며 새삼 느꼈다.
그때그때 필요할 때마다 가서 사주었던 방식은, 아이한테 "필요하면 언제든 생긴다"는 감각만 심어줬던 것 같다. 정해진 금액 안에서 스스로 조절해봐야, 돈이 무한하지 않다는 걸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비슷한 시기를 앞두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완벽한 관리 능력을 기대하기보다 실수할 여지를 미리 남겨두시길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