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 당기는 습관

옆머리 한 줌이 유독 짧아진 걸 보고 알았다
머리를 묶어주다가 앞머리 옆쪽 한 줌이 유독 짧은 걸 발견었했다. 자른 기억이 없는데 이상하다 싶었는데, 곰곰이 보니 아이가 TV를 보거나 심심할 때마다 그 부분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배배 꼬다가 잡아당기는 버릇이 있었다. 본인은 그게 습관이 됐다는 걸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처음엔 정말 원래 머리 숱이 없어서 그런건가, 아니면 몇번씩 성인 샴푸로 머리를 감아서 부작용이라도 생긴건 아닌가 걱정이 앞섰었다.
무의식중에 나오는 행동이었다
처음엔 "머리카락 당기지 마"라고 볼 때마다 말했다. 그런데 그 말을 들을 때만 잠깐 멈추고, 몇 분 지나면 다시 손이 머리로 갔다. 손톱 물어뜯기와 비슷하게, 이것도 의식적으로 하는 행동이 아니라 심심하거나 뭔가에 집중할 때 무의식중에 나오는 습관이었다. 지적을 반복해도 정작 본인은 그 순간을 자각하지 못하니 효과가 없었다. 오히려 지적을 들을 때마다 흠칫 놀라는 반응을 보여서, 이러다 괜히 위축되는 게 아닐까 싶어 걱정이 됐다.
학교 발표 행사가 있어서 단체로 아이들이 나와서 발표를 하는데 우리 딸은 맨 앞줄에서 앞머리를 검지와 엄지로 잡아서 빙빙 돌리고 있었다. 뒤에서 몸짓 손짓으로 그만하라고 신호를 보내느라 발표 내용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손을 다른 데 쓰게 해봤다
그래서 손톱 습관 때 도움이 됐던 방법을 여기에도 적용해봤다. TV 보는 시간이나 차 안에서 가만히 있는 시간에 작은 촉감 장난감이나 말랑한 인형을 손에 쥐여줬다. 손이 심심하지 않으면 머리로 향하는 빈도가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실제로 물건을 쥐고 있는 동안에는 머리로 손이 가는 횟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동시에 머리를 짧게 정리해서 손에 잡히는 머리카락 자체를 줄여봤다. 당길 수 있는 길이가 짧아지니 자연스럽게 행동 자체가 줄었다. 미용실에서 상황을 설명했더니, 비슷한 이유로 짧은 커트를 원하는 부모님들이 종종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
추가로 우리 가족만의 룰을 하나씩 정하기로 했다. 나는 '휴대폰을 들고 화장실에 가지 않겠다'라고 먼저 선언하면서 만약 어기면 걸릴 떄마다 화장실 청소를 도맡아서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밍밍이는? 이라고 물어보았다. 밍밍이는 본인도 자각하고 있었는지 '머리 뜯지 않을께, 어길 때마다 내가 빨래 전부 접을께' 라고 이야기했다.
발견했을 때는 조용히 다른 걸 건넸다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는 걸 발견하면 "머리 당기지 마"라고 지적하는 대신, 조용히 손에 다른 걸 쥐여주는 방식으로 바꿨다. "이거 만져볼래?"라며 자연스럽게 관심을 돌리는 식이었다. 지적보다 대체 행동을 제시하는 쪽이 저항이 훨씬 적었다. 또한 스스로 고쳐야 겠다 라고 인식하는 순간부터는 오늘 하루중에 몇번이나 머리카락을 만지고 싶었는데, 계속 생각해서 한번 밖에 만지지 않았다고 하더라.
몇 주 뒤 짧아진 부분이 다시 자랐다
몇 주가 지나니 짧아졌던 옆머리 부분이 다시 눈에 띄게 자라기 시작했다. 완전히 습관이 없어진 건 아니지만, 예전처럼 매일 반복되진 않고 정말 심심하거나 지루한 순간에만 가끔 나온다. 돌아보면 "하지 마"라는 지적보다, 그 행동이 나오는 상황 자체를 줄여주고 손을 다른 데 쓰게 해주는 쪽이 훨씬 효과적이었다. 무의식중에 나오는 습관은 의지로 참으라고 하기보다, 그 자리를 다른 걸로 채워주는 게 먼저였던 것 같다.
돌이켜보면 처음 발견했을 때 너무 놀란 티를 내며 반응했던 게 오히려 아이를 위축시켰던 것 같다. 그 뒤로는 최대한 담담하게 반응하려고 노력했다. 무의식적인 습관일수록, 부모가 크게 반응할수록 아이는 오히려 그 행동을 더 의식하게 되고, 의식할수록 불안해서 다시 그 행동을 반복하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는 걸 이번에 알게 됐다.
손톱을 물어 뜯거나, 머리카락을 빙빙 돌려 잡아당기거나 하는 행동이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거나 '나쁜 행동'은 아니다. 다만 우리는 가족이니까, 서로가 서로를 돌봐주는 가족 이라는 공동체 이기 떄문에 충분히 말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