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책 읽는 습관 들이는 방법
책 좀 읽으라는 말 대신, 이렇게 바꿔봤다
거실 책장에 책이 가득한데도 아이는 손도 안 댔다. "책 좀 읽어볼래?"라고 하면 몇 장 들춰보다 금방 다른 놀이로 넘어가곤 했다. 책 육아를 열심히 하는 다른 집 얘기를 들을 때마다 조바심이 났는데, 억지로 시킨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걸 몇 번의 실랑이 끝에 깨달았다.
처음엔 방식 자체가 잘못됐었다
돌아보면 "책 읽는 시간"을 따로 정해두고 그 시간엔 무조건 앉아서 읽으라고 했었다. 공부처럼 느껴지게 만든 셈이다. 아이 입장에서는 놀이와 책이 완전히 분리된 별개의 일이었을 거고, 당연히 재미없는 쪽을 피하려 했을 것이다. 게다가 "이제 몇 분 남았어, 빨리 읽어"처럼 시간까지 재촉하니 책 자체보다 그 압박감이 먼저 각인됐던 것 같다.
실제로 바꿔본 것들
1. 책 읽는 시간을 따로 정하지 않았다
대신 아이가 노는 공간 여기저기에 책을 자연스럽게 놓아뒀다. 장난감 상자 옆, 소파 위, 식탁 한쪽. 놀다가 우연히 집어 드는 경우가 늘었다.
2. 부모가 먼저 읽는 모습을 보여줬다
아이한테 읽으라고 하기 전에, 내가 먼저 소파에 앉아 책을 펼쳤다. 처음엔 관심 없어 보이더니, 며칠 지나자 옆에 와서 "뭐 읽어?"라고 물으며 자기도 책을 들고 왔다. 내가 책을 읽으니 자동으로 아이도 나와 함께 그 공간과 시간을 공유하고 싶어하는 듯 보였다.
3. 끝까지 읽지 않아도 넘어갔다
한 페이지만 보고 덮어도 뭐라 하지 않았다. "다 안 읽었잖아"라는 말을 아예 안 하니, 오히려 부담 없이 자주 집어 드는 쪽으로 바뀌었다. 어떨 때는 책 세권을 돌아가면서 읽고 있길래 뭐하냐고 물어봤더니 "이렇게 읽으면 매번 새책 읽은거 같고 기억에 잘 남아" 라더라.
4. 자기 전 루틴에 자연스럽게 끼워 넣었다
양치, 세수, 책 한 권, 불 끄기 순서로 고정했다. 책이 별도의 과제가 아니라 잠자리 루틴의 일부가 되니 저항이 훨씬 줄었다.
엄마 아빠가 밤에 자기 전에 1시간 씩은 무조건 책을 읽어줬다. 술을 마셨건 몸이 피곤하건 상관없이 그냥 무조건 자기전 1시간은 책을 읽어 주었다. 좋아 하는 책을 한권 가져오면 한시간 동안 그 책만 읽었고, 다섯권을 가져오면 그 시간동안은 무한 반복으로 그 책을 읽어 주었다.

지금은 어떤가
여전히 매일 몇십 분씩 진득하게 읽는 건 아니다. 하지만 예전처럼 책을 아예 피하지는 않고, 스스로 골라서 가져오는 날이 늘었다. 무엇보다 "읽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읽고 싶을 때 읽는 것"으로 아이 안에서 책의 위치가 바뀐 것 같다.
한 가지 더 신경 쓴 부분은 책 종류를 다양하게 섞어둔 것이다. 그림이 많은 책, 소리 나는 책, 만화 형식의 책까지 취향에 안 맞으면 바로 다른 책으로 넘어갈 수 있게 여러 종류를 눈에 띄는 곳에 뒀다. 한 가지 책만 두면 그게 안 맞을 때 "책은 재미없다"는 인상으로 끝나버릴 수 있는데, 선택지가 있으니 적어도 하나쯤은 손이 가더라. 도서관에서 아이가 직접 고르게 하는 것도 도움이 됐다. 부모가 골라준 책보다 본인이 표지만 보고 골라온 책에 더 애착을 갖는 게 보였다. 우리는 아이 이름으로 도서관 대출증까지 별도로 만들어서 직접 대출하고 스스로 반납하게 했더니 책임 감을 갖고 책을 다루기 시작했다.
결과를 정해두고 밀어붙이기보다, 책이 자연스럽게 눈에 띄고 언제든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쪽이 훨씬 오래갔다.